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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지금부터 이십년이나 삼십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대단히 불투명해지는 현실에 직면하여 우리는, 우리자신은 그렇다치고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지,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랑을 하고 이번에는 자기 아이들을 가질 차례가 되었을 때 그들의 심중에 망설임이 없을까.”
1991년 11월 대구에서 발행된 격월간 『녹색평론』의 창간사를 김종철은 이렇게 쓰고 있다. 팔십년대의 열렬한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이 대부분 패배를 인정하고 투항하거나 다만 침묵할 때, 이 남다르게 예민한 정신은 무너지고 있는 이 세상과 우리들의 삶에 대하여 조용하지만 두려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굳이 김종철의 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이 세상이 사람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모든 생명체를 더 이상 지구상에 생존할 수 없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막연하게나마 뭔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로지 물질적 풍요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분별한 파괴와 개발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할 수 있게 하였고, 오늘날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와같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연의 파괴와 개발의 결과는 우리에게 약간의 물질적 풍요를 제공했지만 한편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끊임없이 발생하는 환경재난, 인간성의 파괴--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불행은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지 약탈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하여 오염된 강물을 살리고,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을 위하여 이동통로를 만들고, 환경오염 방지기술을 개발하고 그를 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자는 식의 공리주의적이고 기술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다. 그러한 발상들은 결코 지금의 생태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진정으로 이 세계가 지속되는 것을 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내세우는 교만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를 배우고, 그러한 겸손의 실천을 통해 참다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도덕적, 철학적 자질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김종철은 이미 10년 전부터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인간의 능력으로는 지구를 멸망하게 할 수 없다. 인간이 먼저 멸종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