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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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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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서평단에 신청했다. 사실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랑 작가님의 글을 '릿터'에서 읽은 적이 있어 이름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책을 받고 작가 소개를 보는데 글만 쓰는 분이 아니었다. 한예종 영화과 졸업 후 영화를 여러 편 연출하고, 책도 쓰고, 노래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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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에서 프리랜서 노동자로 먹고사는 이야기다. 내가 가장 충격적이라고 느꼈던 예시를 소개해보겠다. 이랑 작가는 1집 앨범을 내고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페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랑의 인터뷰'에서 이랑 본인만 빼고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모두는 급여를 받는데 정작 요청을 받고 인터뷰에 응한 이랑 본인은 전혀 받지 못한다. 모델처럼 화보에 가까운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도,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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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감독으로 살기는 더 어렵다. 남자 인력만 있는 영화 제작 현장에 여자 감독으로 갔을 때는, 마치 '여자 감독'과 대화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듯이, "마르셨네요.", "감독보다는 디자이너나 배우 같으세요.",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 등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과연 이들은 남자 감독에게도 이런 말로 대화를 시작하곤 했을까?"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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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해하기 힘든 여러 일화들이 쏟아진다. 이런 일들에 이랑 작가는, 화장품 광고 모델 제의가 들어왔을 때 "피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크리에이티비티가 떨어지지 않나요?"라는 인터뷰 질문에서 "관계없습니다"라고 말하는 특유의 '고집'으로 대처한다 (p142). 인터뷰 기사에서도 거절당하더라도 당당히 자신의 페이를 부른다. 거절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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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 사회의 돈의 분배 방식은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고, 예술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알게 되었고, 유명해서, 이름을 들어봤으니까 왠지 돈도 많이 벌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이랑 작가처럼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을 필요하다"며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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