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로와 곤돌라의 기나긴 여행 - 2023년 1차 문학나눔 도서 선정 향긋한 책장 3
최은영 지음, 오승민 그림 / 시금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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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제목이
지구 반대편까지 돌고 돌아 여행을 떠난 것 같이
표현 한듯한 그야말로 기나긴 여행 느낌이
드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너그러운 순간은
여행 또는 박물관, 공연 등을 가서
기념품을 살 때이다

그 순간 만큼은 아이들에게 오늘이
기억 남을 물건을 신중히 고르도록
허락한다. 단 만원내외로 ^^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념하며 사왔던 것들이
내눈에 쓰레기로 보이기 시작하며
올해 새해 가장 서둘러 시작한 일이



쓸데없는 것들 모조리 버리기 대작전이었다

이런 일은 아이들이 없을 때 아주 재빠르게
처리해야하기때문에
마트에서 가장 큰 쓰레기봉투를 사와
서랍 깊숙하게 숨어 자고 있는 물건들,
한번도 꺼내보지 않은 장난감통 속 버려진
물건들을
싹~~~ 쓸어 담아 버렸다

그러고 그날 저녁
절대 찾을 것 같지 않았던 것들을
갑자기 찾기 시작하는 둘째때문에
집안이 시끄러웠다

작년 경주에 다녀오고 사온
작은 뺏지가 서랍에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미 쓰레기봉투에 담겨 뒷 다용도실에서
버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대충 대충 찾는 척하다 어딘가 있을거야로
애매하게 마무리 지으며
엄마가 책 읽어줄게 하며 펼친 책이
공교롭게도 이 책이었다.

부부가 이탈리아 여행 기념으로 산
머그컵과 자석

처음엔 항상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이탈이아의 느낌을 떠올리다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기념품들이
자리를 잡아 뒤로 뒤로 밀려 간
머그컵과 자석
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그리워하며
힘들게 힘들게 고향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이 책은

버려진 딸들의 기념품들의 입장에서
무심한듯 늘 있는지 확인했던 딸아이의 입장에서
그저 이젠 자리만 차지하는 쓰레기로 여겨진
나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서 읽어 내려가니 마음이
복잡 미묘해졌다

기념품의 죽음 앞에서 엉엉 눈물샘이
터진 딸아이를 다독이며
심한 죄책감에
그날밤 버렸던 기념품을 다시
꺼내 물티슈로 닦으며 다시금 햇살 따뜻한
자리로 안내하게 만든 책

물건들 하나하나 그 때의 추억이 손길이 담겨 있음을
한번씩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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