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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미나마타
이시무레 미치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교육토론회를 위하여 일본 구마모토 현에 갔었다. 한일교류로 알고 지내던 분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다 ‘서편제’라는 영화를 골랐다. 일본말로 덧씌운 것은 물론 일본어로 자막 번역된 것이 없어 망설이긴 하였지만 우리 겨레의 정서인 한(恨)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슬픈 미나마타’는 이시무레 미치코가 지은 소설이다. 원제는 고해정토(苦海淨土)로 일본 구마모토 현 미나마타 시 바닷가 마을 이야기다.
1906년 질소비료공장이 들어선다. 회사는 몰래 유기수은을 바다로 흘려버렸고 그 결과 메틸수은에 중독 된 물고기와 조개가 폐사된다. 그것을 먹은 고양이도 미쳐 날뛰다 죽어갔다. 급기야 1956년 그곳의 어패류를 먹던 사람들도 맥없이 쓰러진다. 일어나서 걸으려면 술에 취한 사람마냥 비틀비틀 가다 쓰러지고, 말도 더듬더듬 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나기도 한다. 바다가 조상대대로 삶의 터전이어서 바다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앓거나 죽어갔다.
미나마타병은 중추신경질환으로 한 번 걸리면 치사율이 40퍼센트에 이른다. 주민들은 공장으로 인해 마을이 발전한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도록 강요하고 이웃 어민들은 수산물 판매량이 떨어질까 봐 병을 숨기려고 한다. 회사에서는 원인 불명이라고 책임을 미루다 마지못해 턱없는 피해보상을 해주고, 노조는 회사보호파와 인간적인 연민파로 나뉜다. 정치권도 나섰지만 현재까지 끝나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본이 식민지 정책을 펴던 1927년 우리나라 함경북도 함흥에도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를 차리고 그곳에 살던 이들을 강제 이주시켰다는 것과 질소공장이 1968년 아세트알데히드 생산을 중지하고, 그에 따르는 유기수은 폐수 100톤을 한국으로 수출하고자 드럼통에 주입하던 것을 회사 제1조합에 들켜 저지당했다(292쪽)는 것이다.
기계를 위해 입는 ‘방진복’
책을 읽으며 지형이 비슷하면서 기름유출로 피해를 입고 고역을 겪고 있는 태안군민들이 떠올랐고, “생선 값 깎듯이 사람 목숨 값을 깎네. 돈은 한 푼도 필요 없어. 그 대신 회사의 잘난 사람들, 위에서부터 줄줄이 수은모액을 마시라고 해.”라는 미나마타병 환자의 원한 맺힌 말이 책을 덮어도 가슴에 남았다.
또 다른 책은 초일류 기업 삼성에 관한 ‘삼성반도체와 백혈병’이다. 삼성을 지금의 위치에 놓은 것은 아마도 굴뚝 없는 산업, 환경오염이 없는 깨끗한 산업인 ‘반도체’일 것이다.
하얀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근로자를 생각하면서 선망의 작업장이 된 반도체 ‘클린 룸’ 시스템. 과연 그것이 쾌적하고 깨끗한 작업환경을 위해서 일까? 방진복이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유해물질이나 방사선, 가스 등이 노동자에게 스며드는 것을 차단해주지 못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물론 사람 몸에서 배출되는 땀이나 숨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먼지를 막기 위해서 입는 것(33쪽)이라면 어찌될까? 그리하여 30여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어찌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회사는 환자 가족들을 회유하고, 근로복지공단산하기관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재해자의 백혈병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낮다고 판단’하여, 고인은 물론 유족들에게 슬픔을 넘어 분노를 안기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오웰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의 번영을 막장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석탄을 캐내는 광부들에게서 찾고, 광부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중화학공업시대를 지나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휴대폰과 컴퓨터이다.
그렇다면 이 순간에도 시대와 자본의 번영을 위해 ‘클린 룸’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못하고 일하는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