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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킬러스타그램 – 이갑수, 시월이일
표지의 그림에는 K 카드 속에 잔과 검을 쥔 킹, 날아가는 태권브이 로봇, 해골, 올가미처럼
묶인 로프, 뒤집으면 비행기, 도끼날, 고양이, 뿔피리와 단도를 든 킹의 모습이 보인다. 무엇을 뜻하는 그림일까 궁금증이 일면서 책을 펼치게 된다. 나는
작가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책을 읽는 편인데, 이갑수 작가는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편협의 완성’으로 등단하였다고 한다.
‘편협의 완성’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첫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참고로 ‘#킬러스타그램’은
이갑수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은 헤겔의 ‘합기도 입문’이라는
가상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고고학을 공부하는 할머니, 시부모님을 모시며 3남매를 키운 엄마, 합기도 도장을 운영하는 삼촌, 검사 형, 의사 누나, 그리고
주인공인 '나'까지, 3대가
함께 사는 이 가족의 일상은 평범해 보인다. 요즘 세상에 3대가
모여 사는 모습은 보기 힘든데, 그래도 평범한 대가족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독제사 '옹심이', 폭파 전문가 '꼬마', 살인
의뢰를 취합하고 배정하는 '마더', 사고사 전문 '미네르바', 저격수 '제니'까지. 할아버지는 독제사, 할머니는
폭파 전문가, 아빠는 자살 전문가, 엄마는 암기술 전문가, 삼촌은 근접 살인 전문가, 형은 사고사 전문가, 누나는 저격수이다. 구성원 모두가 킬러!라는 대반전이 있다. 이 가족은 신라 말부터 대대로 킬러로 활동해
왔다. 킬러로 살아가는 이유는 오늘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은 죽인다? ‘착한’ 빌런이 떠오르는 말이다.
이 가족의 조상은 대대로 건국을 돕고, 종교를 전파하고,
교육기관을 만들고, 강력한 법률을 제정하고, 은광을
채굴하고, 농사 기술을 발전시키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천 년이 지나도 실패! 더 나은 세상 만들기는 실패한다. 그리고 천 년의 실패 끝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소설은 이 집의 막내인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나’는 고등학생이지만, 살인을 그만두겠다 선언하고 집을 나간 삼촌을 대신해 근접 살인의 기술을 연마한다. 하지만 가족들과 다르게 '나'는
살인에는 영 재능이 없다. 무술 자체에 재능이 없다. '나'는 삼촌의 합기도 도장에서 합기도를 배우며 부족한 재능을 꾸역꾸역 메꾸려 노력한다.
작가는 킬러 가족이 받게 되는 다양한 의뢰를 통해 인간 사회에 관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 너무 심각하지 않게, 유머러스하게 글을 썼다. 누나 제니는 총을 쏠 때마다 포켓몬스터
이름을 부르고, 국회의사당을 폭파하자 로보트 태권 브이가 등장한다. 또, 첫 시작에 헤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니, 헤겔이 ‘합기도 입문’을
썼다니,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진지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거짓말 같은데, 디테일에 넘어가며 읽게 된다. 이게 이 책의 묘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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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