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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ㅣ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코너스톤
책이 벨벳 양장본이라 그런지 촉촉하고 부드럽다.
다자이 오사무는 아오모리현 기타쓰가루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로, 도쿄 제국 대학에 입학했으나, 비합법 운동에 가담하는 등의 이유로 중퇴했다고 한다.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지만, 자신의 생을 죽는 날까지 부끄러워하며, 술과 담배, 여자, 약물 중독, 자살이라는 어두운 면이 따라다녔다. 1948년 '인간 실격'을 완성하고 그해 여름 야마자키 도미에와 강물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1948년이면 일본이 패전한 이후인데, 출간 당시 사람들의 큰 호응도 얻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당시 일본 내 분위기가 많이 우울하고 침체되었을 것 같다.
'인간실격'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인간의 위선과 가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주인공 오바 요조가 방탕한 삶을 살다가 몰락하는 내용이다. '인간 실격'은 오바 요조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기 형식으로, 첫 수기에서는 주인공의 일인칭이 '저(私)'였다가 도중에 다시 쓰여 '자신(自分)'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수기 전체의 일인칭으로 쓰인다.
작가의 생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보고 책을 읽으니 오바 요조는 작가의 또 다른 분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순수하지만 나약하여 누구보다 세상과 인간을 동경했으나 세상에서 버려지고 인간으로서의 자격마저 잃은 채 파멸되어가는 '오바 요조'라는 인물을 만들어내며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바 요조의 내면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깊숙하고 다크한 내면의 존재, 소외감에 대해 풀어내는 것 같다. 읽는 내내 씁쓸하고, 우울했는데, 이 책이 출간된 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점점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의 자격은?', 사회에서 소외된 자의 고뇌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면에서 고전은 고전인가보다.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며 무어라 하는 도덕은 제 관심 밖입니다. 내게는 서로 속이면서도 밝고 맑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난해합니다. 인간은 끝내 내게, 그 묘책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알았더라면 인간을 이토록 두려워하지도, 또 필사적인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대립한 채, 밤마다 이런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24쪽
그때 나를 덮친 감정은 분노도 아니고, 혐오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무시무시한 공포였습니다. 그것도 묘지 유령 따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신사의 삼나무 숲에서 흰옷을 입은 신령과 마주쳤을 때나 느낄 법한, 끽소리도 못 낼 만큼 거친 태곳적 공포였습니다. 그날 밤부터 내 머리는 하얗게 세기 시작했고, 모든 것에 자신감마저 상실한 채, 끝내 한없이 사람을 의심하고, 끝끝내 세상살이에 대한 모든 기대, 기쁨, 공감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실로 그건 내 생애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내 미간은 정통으로 맞았고, 그 후로 어떤 인간을 만나건 그때 생긴 상처가 욱신거렸습니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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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