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 펜 대신 칼을 잡은 남자의 요리 이야기
권은중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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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권은중 지음, 인물과사상사

“그런데 나는 왜 많은 나라 가운데 이탈리아를 선택했을까? ‘스시 천국’ 일본과 무궁무진한 요리의 나라 중국서양 요리의 대명사인 프랑스인종만큼이나 ‘요리의 용광로라 하는 미국에도 요리학교가 있는데 말이다내가 많은 나라 가운데 고민하지 않고 이탈리아행을 결정한 것은 ‘스토리아(storia)’ 때문이다스토리아는 이탈리아어 여성 명사로 ‘역사라는 뜻이다.” ― 프롤로그 중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이탈리아의 식문화에 대한 책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목이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요리학교(ICIF)’의 정규 과정과 레스토랑 인턴 생활, 시칠리아 여행을 거치며 이탈리아의 요리와 그곳의 문화를 몸으로 익힌 기록이다. 작가는 기자로 20년간 국회, 행정부, 기업 등을 취재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6년에 처음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면서 요리사로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셰프를 꿈꾼 지 10여 년 만에 정년이 보장되는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2019, 쉰이라는 나이에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 있는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요리학교(ICIF)’에 요리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귀국 후에는 바다가 보이는 전남 여수나 경남 통영쯤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레스토랑을 열어볼 생각이었다는데……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작가는 이탈리아 유학에서 뼈저린 현실을 느끼게 된다. 열심히 했지만, 20, 30대 청년들과 경쟁하기에는 아무래도 체력과 실력의 한계가 있었다. 매일 기숙사 뒷산에 오르고 스쿼트로 하체를 단련했지만, 현실을 고됐고, 결국 레스토랑 오픈의 꿈도 접게 된다. 그렇지만 졸업 후 이탈리아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음식 기행을 한다. 이탈리아에서 접한 치즈, 와인, 오일, 빵 등 다양한 음식 재료를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개업하겠다는 야심 찬 꿈은 포기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얻은 소득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지표를 준 것 같다. 한국에서 공부했다면 알지 못했을,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깊고 다채로운 이탈리아 요리의 세계를 체험하면서 앞으로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를 조금 더 파헤치고 싶다는 새로운 과제를 주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쉰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떠났다는 것 자체가 열정이 느껴져 멋있었다. 꿈을 향한 도전!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탈리아 식문화를 파헤쳐 글을 써 책을 출간한 점도 멋있다. 전 재산인 퇴직금을 탈탈 털어 갔지만 꿈을 접게 된 유학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의 인턴 실습은 고됐지만 즐거웠고, 서양 요리의 기초인 소스와 와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열정의 불씨가 활활 타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이탈리아 요리하면 피자, 파스타, 젤라또 등이 생각나는데, 이 책을 읽으며 흔히 생각하는 이탈리아 요리대신 살시차, 살라메 등의 재료와 20개 지역의 특색있는, 이탈리아 현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20개의 지역별 특색이 음식에 담긴다. 이탈리아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래 전부터 20개 도시국가로 독립돼 있었다. 게다가 국토의 길이가 남북으로 1,300킬로미터에 이르고, 해안선이 7,000킬로미터가 넘어 식재료가 다양하고, 지역마다 조리법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탈리아 요리의 고유한 지역성을 지키는 데 든든한 뒷받침이 된 전통 식문화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노력에 감탄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셰프들이 지역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구심점 역할을 하는 명망가들일 뿐 아니라, 이탈리아 음식의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로서 지역 사회의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유행에 따라 쉽게 변화하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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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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