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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평점 :
그녀의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미스터리 전문서점인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서점 2층 '백곰 탐정사'의 탐정이다. 탐정 일이 천직이긴 하지만 대형 조사회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도토종합리서치로부터 일흔 네살의 할머니 '우메코'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완전 거저먹기 일인 줄 알았는데 우메코를 미행하던 하무라는 '우메코'와 '미쓰에'의 싸움으로 부상을 입게 된다. 어쩌다 보니 이것이 하나의 인연이 되어 하무라는 '미쓰에'와 그의 손자 '히로토'의 연립주택에서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게 된다.
아직 몸이 불편한 미쓰에를 도와 온갖 잡무와 히로토의 아버지' 미쓰타카'의 유품과 장서 정리까지 맡게된 하무라... 집정리 앞두고 화재가 발생한다.
8개월 전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이번에는 화재까지... 한 가족에게 닥친 또 하나의 비극.
"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사고가 우연히 한 사람에게 연달아 발생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고가 원인이고 화재가 결과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리하기가 괜찮죠." (p169)
정말 지독한 불운일까, 하무라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인 그녀는 어떠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녹슨 도르래>의 40대 여탐정인 '하무라'는 셜록홈즈처럼 전지전능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공감이 가는 캐릭터이다. 조금만 무리해서 움직여도 체력이 달리고 버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갈 것 같은 인간미 넘치는 탐정이지만 그렇다고 또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탐정으로서의 직감과 통찰력은 어떠한 진실도 찾아가게 만드니까 말이다.
이번 의뢰 역시 단순히 뒤를 캐는 일로부터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로 나아간다. 초반에는 사람들 속 하무라에 비중을 두지만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무르익는다.
뒤통수를 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생각지 못했던 반전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면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크고 작은 악의들... 잇따른 비극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따뜻함 역시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제목이 왜 '녹슨 도르래'일까 생각해본다.
한 가족의 불행...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과거로부터 시작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그 장면에서 답을 찾아본다.
'녹슨 도르래로 물을 푸는 것처럼 끼릭끼릭, 삐걱삐걱 관람차는 회전했다.' (p365)
*** 코지 미스터리답게 캐릭터 위주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잔잔하게 전개되는 듯하지만 가볍지 않은,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악이란 것이 얼마나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살인곰 서점이라는 공간도 매력적이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곳이 있다면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품 속 분위기에 더 빠져본다.
몸을 사리지 않는 탐정 하무라 아키라~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탐정일지라도 그 무엇도 그녀의 진실에 대한 열정만은 막을 수는 없다.
백곰 탐정사를 찾게 될 또 다른 의뢰인을 기다리며 다음 사건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