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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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일뿐이었다. 런던에 살고 있는'노라'는 말로에 있는 언니의 집으로 가는 중이다. 부모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그녀에게 유일한 가족은 언니 '레이첼'뿐.

언니의 집에 도착한 노라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이미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15년 전 폭행사건의 피해자였던 레이첼은 평온한 마을인 '말로'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다. 노라는 언니 레이첼이 15년 동안 자신을 공격했던 남자를 찾기 위해 조사를 해오고 있었음을, 살해되기 얼마전 남몰래 이사를 계획하고 자신의 집에서 잠조차 잘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누구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것일까.

노라는 답을 찾기 위해 레이첼이 하던 조사를 이어간다.

언니를 폭행했던 남자, 그리고 언니를 살해한 사람...

그들은 누구일까...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는 과거의 폭행 사건과 현재의 살인사건... 연이은 불행의 희생자가 된 언니 '레이첼'과 사건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노라' , 그들 자매의 이야기이다. 15년 전 스네이스에서의 폭행 사건 이후로 그들의 삶은 달라진다. 레이첼을 공격한 남자를 찾고자 사건 이후 몇 개월 동안 범죄 사건들을 함께 조사하기도 하지만... 나쁜 놈 한 놈을 잡고 싶었을 뿐인데 곳곳에 나쁜 놈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사실에 오히려 그들은 일상 곳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잊고 싶어서... 잊었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면서 살아가지만 그날의 충격은 결코 그들을 놓아주질 않았다.

노라와 함께 하나씩 하나씩 진실에 다가가면서 그 끝에서 다시 한번 폭력의 비극을 생각해보게 된다.

결말까지 오고 보니 진실은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작가의 교묘함에... 나는 눈 뜬 장님이 아니었던가!!!

섬세한 심리 묘사와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오히려 더 큰 상실감과 슬픔이 느껴진다. 주인공'노라'는 대놓고 슬퍼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언니의 존재를 끊임없이 찾으면서 언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고 때로는 언니처럼 행동해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레이첼의 또 다른 비밀들에 알게 되면서 배신감에 실망도 하지만... 그 어떤 감정들도 언니를 향한 그리움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노라와 레이첼이 함께 보낸 시간들이 매 순간 행복과 사랑만이 넘쳤던 것은 아니지만 형제가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이야기로 언니가 떠난 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노라의 삶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그 허전함을 느껴본다.

*** 제목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 남겨진 '노라'의 심리가 돋보이는,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히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함께 서스펜스 역시 점점 더해지니 위태로워 보이는 노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사건이 빵빵 터지진 않지만 진실을 찾아가는 노라의 이야기에 그 흡입력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페이지에 마치 나의 일상인 듯 아닌 듯... 노라의 삶에 빠져본다.

플린 베리라는 작가는 처음인데 이 책이 데뷔작이라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작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작품!!!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기대되면서 후속작 <A Double Life>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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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열린책들 세계문학 248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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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작가 '래티머'는 운명적인 우연으로 터키 비밀경찰인 하키 대령으로부터 처음으로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최악의 살인자로 암살을 기도하고 마약을 밀수하고 때로는 스파이로도 활약한 악당 중의 악당이지만 결국엔 자신도 폭력에 의해 죽게 된 자였다.

디미트리오스의 시체까지 보게 된 래티머는 디미트리오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기묘한 욕망을 가지게 되고 직접 탐정 노릇을 하게 된다. 기록에 남겨진 디미트리오스 인생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기에 어딘가에 그를 만난 적이 있고 그에 대해 아는 자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몽상적이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일임에도 래티머는 수수께끼에 싸인 디미트리오스의 일생을 조사해나가면서 그의 정체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은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 '에릭 앰블러'의 대표작이다. 이미 죽은 자의 과거를 쫓다 보니 박진감 넘치는 액션보다는 인물들의 회상으로 전개되기에 일반적인 스파이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추리소설 작가이자 주인공인'래티머'가 디미트리오스란 인물에 대한 흥미를 가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처음에는 탐정술 체험으로 소설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었겠지만 어느 순간 탐정이 아닌 전기 작가로서의 호기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점점 더 디미트리오스에 집착하게 되면서 그 일에 완전히 매료된다.

"저는 디미트리오스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해명하고, 그 자의 정신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 자에게 단순히 인간쓰레기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자를 시체 보관소의 한 시체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고립된 존재나 하나의 현상으로서가 아니라 붕괴 과정에 있는 사회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 보았습니다. " (p104)

디미트리오스 캐면 캘수록 그는 인간의 악 그 자체였다. 유럽 전역에서 악행을 벌이고 그와 인연이 된 사람들은 죽거나 불행해졌다. 악마가 존재한다면 바로 그가 아닐까.

돈과 권력을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 끝을 보는 것 같다.

1939년 출간된 작품이지만 스마트폰 대신 서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정도로 80년의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은 변함이 없으니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서 디미트리오스와 래티머... 그 외의 인물들을 통한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관계는 오로지 사리사욕만을 위한 수단이 되어 적자생존 ... 그 정글의 법칙에 따라 철저히 살아가는 디미트리오스, 그와 존경받는 성공한 사업가의 차이는 단지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피터스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우리는 선과 악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정도의 차이일 뿐...

오늘날 우리에게 디미트리오스는 또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 참으로 비참한 이야기 아닙니까? 영웅도 주인공도 없습니다. 있는 것은 악당과 어리석은 자들뿐입니다. 아니면 어리석은 자만 있다고 해야 할까요?"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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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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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세계... 그 속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빠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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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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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미스터리 전문서점인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서점 2층 '백곰 탐정사'의 탐정이다. 탐정 일이 천직이긴 하지만 대형 조사회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도토종합리서치로부터 일흔 네살의 할머니 '우메코'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완전 거저먹기 일인 줄 알았는데 우메코를 미행하던 하무라는 '우메코'와 '미쓰에'의 싸움으로 부상을 입게 된다. 어쩌다 보니 이것이 하나의 인연이 되어 하무라는 '미쓰에'와 그의 손자 '히로토'의 연립주택에서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게 된다.

아직 몸이 불편한 미쓰에를 도와 온갖 잡무와 히로토의 아버지' 미쓰타카'의 유품과 장서 정리까지 맡게된 하무라... 집정리 앞두고 화재가 발생한다.

8개월 전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이번에는 화재까지... 한 가족에게 닥친 또 하나의 비극.

"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사고가 우연히 한 사람에게 연달아 발생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고가 원인이고 화재가 결과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리하기가 괜찮죠." (p169)

정말 지독한 불운일까, 하무라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인 그녀는 어떠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녹슨 도르래>의 40대 여탐정인 '하무라'는 셜록홈즈처럼 전지전능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공감이 가는 캐릭터이다. 조금만 무리해서 움직여도 체력이 달리고 버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갈 것 같은 인간미 넘치는 탐정이지만 그렇다고 또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탐정으로서의 직감과 통찰력은 어떠한 진실도 찾아가게 만드니까 말이다.

이번 의뢰 역시 단순히 뒤를 캐는 일로부터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로 나아간다. 초반에는 사람들 속 하무라에 비중을 두지만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무르익는다.

뒤통수를 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생각지 못했던 반전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면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크고 작은 악의들... 잇따른 비극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따뜻함 역시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제목이 왜 '녹슨 도르래'일까 생각해본다.

한 가족의 불행...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과거로부터 시작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그 장면에서 답을 찾아본다.

'녹슨 도르래로 물을 푸는 것처럼 끼릭끼릭, 삐걱삐걱 관람차는 회전했다.' (p365)

*** 코지 미스터리답게 캐릭터 위주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잔잔하게 전개되는 듯하지만 가볍지 않은,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악이란 것이 얼마나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살인곰 서점이라는 공간도 매력적이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곳이 있다면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품 속 분위기에 더 빠져본다.

몸을 사리지 않는 탐정 하무라 아키라~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탐정일지라도 그 무엇도 그녀의 진실에 대한 열정만은 막을 수는 없다.

백곰 탐정사를 찾게 될 또 다른 의뢰인을 기다리며 다음 사건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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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햄릿 (양장) - 160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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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학교 다닐 때 문학소녀를 꿈꾸며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그중 하나인 '햄릿'을 '책을 읽어드립니다'를 보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인생에 대한 꿈과 희망만이 가득했던 소녀에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기억만 남긴 채 세월 속에서 잊혀 가고 있었던 햄릿... 다시 읽게 되면서 첫 장부터 나는 햄릿에 대해 하나도 몰랐음을 알게 된다. 햄릿이 덴마크 왕자일 줄이야...

햄릿의 스토리만으로 보자면 우리가 보는 드라마의 막장은 아무것도 아니다. 선왕인 햄릿의 아버지가 죽고 장례식을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햄릿의 어머니와 그의 삼촌이 결혼을 한다. 왕위와 가문을 위해 이런 일이 있었다지만 햄릿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 그는 숙부가 왕위와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고 그리하여 하나의 비극으로부터 모든 비극들이 시작된다.

<햄릿>은 고전문학이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작품으로 한 권의 책에 유령, 살인, 복수, 사랑, 권력 다툼까지 없는 게 없는 ~ 다양한 이야기적 요소들로 흥미진진 재미있기까지 하다.

책을 읽는 동안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시이자 삶으로 감동 그 자체이다. 평소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나 문장을 따로 표시해두는데 햄릿은 정말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을 만큼 연신 감탄하게 된다.

특히 극중 인물인 '폴로니어스'가 그의 아들인 '레어티즈'에게 하는 몇 마디의 충고는 삶에 대한 조언으로 깊이 와닿는다.

책을 읽고 햄릿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본다. '햄릿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유부단의 결정체라 생각했었는데 다시 만난 그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아버지의 원수라지만 사람 하나 죽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사람을 언제 죽일지에 대한 문제에 있어 우유부단하다는 말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원한 것은 완벽한 복수였다. 죽일 기회는 있었지만 육체적 죽음 이상을 원했던 그는 기도 중인 상대를 노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원수를 천국에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더러운 영혼이 지옥으로 곤두박질칠 그 순간을 위해 때를 기다린다. 다만 ... 후에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그가 바로 행동하지 않았음이 문제로 보일 뿐이다.

*** 욕심에 눈이 먼 인간으로부터 시작된 파국을 그려낸 햄릿. 고뇌와 갈등의 그 끝에... 결과적으로 복수는 성공했을지라도 우연이었든 필연이었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으면서 완벽한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소설과는 또 다른 희곡의 매력으로 극적인 재미와 문장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셰익스피어의 최고의 걸작 '햄릿'~

시대를 아우르는 모든 시대의 작가 '셰익스피어' 가 그려낸 최대의 비극에 빠져보기를,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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