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B.A. 패리스 작가의 신작 <딜레마>이다.

<브레이크 다운>으로 쫄깃한 스릴러의 맛을 보고 대표작 <비하인드 도어>에 이어 <브링 미 백>까지

심리 스릴러다운 섬세한 심리묘사는 물론이고

거슬림이나 부담 없는 스토리에 푹 빠져서 읽었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플롯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작가만의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어린 연인이었던 애덤과 리비아는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자신들이 꿈꾸던 미래와는 다른 삶을 선택하며 그렇게 가족이 된다. 세월이 흐른 후 큰 아들 '조시', 막내딸 '마니'가 각자의 삶을 찾아떠나게 되면서 부부만이 남겨진 시간들,

리비아는 인생의 과업 같은, 평생을 꿈꿔오던 40살 생일파티를 열기로 한다.

가족, 친구 동료들~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위한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고

드디어 완벽해야만 하는 하루가 시작된다.

오랫동안 꿈꾸고 계획했던 이 순간을 위해

애덤과 리비아는 차마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들을 아주 잠시만 묻어두려고 한다.

아내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기 전 아내가 마지막 몇 시간을 행복하길 바라는 남편,

남편의 세계가 무너지기 전, 가능한 한 오래 남편을 지켜주고 싶었던 아내.

파티가 끝난 후 ... 그들의 세계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애덤과 리비아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면서

하루, 몇 시간 동안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섬세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서로를 너무나 생각하기에 비밀을 만든 애덤과 리비아의 딜레마를 보면서 이 모든 진실을 오직 나만이 알기에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함은 나의 몫이었다.

이 사람들아~ 그냥 말을 하라고!!! 보는 내가 너무 힘들다고.

파티를 통해 과거에 대한 일종의 보상받기를 원하는 리비아와 미련 곰탱이 같은 애덤은 나의 이해 능력 밖의 인물이라고나 할까...

영원같이 느껴질 수 있는 1분 1초를 함께 보내며 애덤과 리비아가 되어 어느 순간 더 이상 그들을 이해할 필요도 없이 절절함과 안쓰러움에 빠져들어 본다.

스토리 자체만으로 본다면 여기서 이런 스릴이 가능한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웬걸~ 두근두근, 안절부절못하게 나를 잡아 이끄는 이것은 또 무엇인지... 버거운 감정으로 눈물까지 흘리면서 다시 한번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 그 어떤 이야기라도 심리 스릴러 가 될 수 있다 -

이전작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위험한 이들을 그렸다면

딜레마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배신, 인간에 의한 절망과 희망으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완성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과 그에 따른 진실의 무게감으로 서서히 무르익는 감정을 따라

긴장감은 더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정말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애덤과 리비아가 되어 애타는 마음과 절실한 바람으로 보냈던 시간~ 강한 몰입력과 애잔한 여운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 하하 호호~ 행복과 즐거움만이 가득해 보이는 파티, 내면의 역설적 상황으로 인한 갈등, 딜레마를 소재로 한 B.A. 패리스의 <딜레마>

처음에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에 대한 무력감과 갑갑함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것이 바로 이 작품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스릴러에 필요한 것은 범죄가 아니라,

이미 인간사 자체가 스릴러임을 생각하며

지금의 내 삶이 한층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솜사탕으로도 스릴러를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00자평] 서점 탐정 유동인

서점 탐정 유동인 - 더 비기닝 ㅣ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제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그리고 서점~
이 조합을 김재희 작가님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니
너무 기대됩니다!!!

블루버드, 블루버드_ 고독한 레인저, 이 남자가 사는 법

블루버드, 블루버드
애티카 로크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월

이번에 만나게 된 주인공인 대런 매슈스는 텍사스 레인저입니다.

셸비 카운티, 주민이 200명 조금 넘는 작은 마을인 라크에서 시카고에서 온 흑인 남자와 마을의 백인 여자.... 일주일에 두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마침 민감한 인종 관련 사건에 연루되어 정직 중이던 대런은 FBI인 오랜 친구 그렉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비공식적인 의뢰를 받게 되지요.

어때~뭔가 냄새가 나지~

네가 레인저가 된 이유가 이런 사건 때문 아니겠어?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59번 도로를 타고 라크를 방문하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고속도로 옆 제네바의 작은 카페를 들어서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일반적인 미국스러운 사건과는 다른 패턴에 무엇인가 있다고 직감한 대런...

폐쇄적인 마을의 알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관심을 가지고, 찾을 수 있는 정의를 위해

텍사스 레인저로서, 매슈스가의 대런으로서 수사를 하게 됩니다.

" 레인저에게는 진실이 아닌 것은 충분하지 못했다."​

그가 결국 찾게 될 진실과 놓치게 될 것은 무엇일지.

그냥 형사는 가라~나는 '텍사스 레인저'다!!!

수사물을 보다 보면 가끔 텍사스 레인저를 본 적이 있는데 일반 경찰들과는 다른 그들의 포스가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다 보니 별별 법 집행기관도 다 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대런 매슈스를 통해 이번에 제대로 만나게 되었네요.

- 텍사스 레인저는 일반 경찰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혹은 해결하지 않는 범죄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데(p55)

보안관들과의 미묘한 기싸움이라든지,

아무래도 이방인이다 보니 마을 주민의 협조 등 절대적인 수사권한이 있어도 쉽지 않아 보이고

게다가 조직 내에서 지나친 인종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백인 레인저들의 미움까지 받고 있기에(이번 작품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안팎으로 대런 매슈스의 투쟁은 험난할 것 같아 보입니다.

책을 읽기 전 미국 내 인종 문제로 이슈가 된 사건들을 생각하며 다소 과격하면서도 큰 스케일을 예상했었는데 그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블루버드, 블루버드>는 작은 마을 라크를 통해서 그곳 사람들의 뿌리 깊은 갈등이 보여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씁쓸하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대로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할까요.

대런 자신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흑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일종의 사명감으로부터 비롯된 독자적인 수사는

라크 사람들의 삶을 파고드는 진중한 전개와

(블루스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책을 읽는 동안 제네바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블루스 음률이 마치 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순간순간의 아득함으로 더 빠져들게 만드네요.

결국 진실은 밝혀지고 사건은 마무리되어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더니~~ 앞으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낼 발암 캐릭터까지 등장하면서 (네가 거기서 왜 나오냐!!!)

마무리마저 강한 여운과 기다림을 남겨둡니다.

얼마나 속을 썩일지... 저는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떡밥을 덥석 물어보려 합니다.

*** 시리즈 첫 권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볼 때는 대런이 속해있는 텍사스 아리안 브라더후드 조직을 수사하는 TF 팀에서의 활동을 비롯해

진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생각을 듭니다.

고독한 형사 스타일의 캐릭터에, 인종 의식과 텍사스 레인저라는 특수성이 더해지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대런 매슈스란 인물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오늘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 역시 기대가 되네요.

59번 고속도로~그 길 위에서의 대런 매슈스의 머나먼 여정,

그 시작을 알린 '블루버드, 블루버드'

기발한 사건, 기막힌 반전이 아니어도 매료되는

단지 피부 색깔일 뿐인데 나누어지는 사람들의 삶과 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인간 본연의 욕구와 감정을 잘 그려낸 무게감 있는 이야기로

역시나 역대급 수상작 다운 면모를 확인해봅니다.

이제 그의 뜨거운 피가 또 어떤 곳으로 향하게 될까요.

그곳이 어디든 기대해도 좋을 highway 59시리즈가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아직도 장르소설은 가볍다고만 생각하는 분들에게 더더욱 추천해봅니다!!!>

그때 내 딸이 사라졌다

그때 내 딸이 사라졌다
리사 주얼 지음, 원은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20년 12월

로럴은 세 아이 엄마로 평범한 주부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특히나 사랑스러운 딸 엘리는 누가 봐도 빛이 나는 아이였다.

매력적인 외모, 우수한 성적, 완벽한 남자친구~ 행복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내 딸이 사라졌다. 증거도 목격자도, 아무런 흔적도 없이...

10대 소녀의 흔한 가출쯤으로 생각하는 경찰들에 수사는 종결되고

그냥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간다.

2년, 3년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이제야 무언가 나왔다.

그리고 다가온 새로운 인연 '플로이드' 와 묘하게 엘리를 닮은 그의 딸 '포피',

모든 것들이 이 순간를 기다렸다는 듯이 운명처럼 다가오기 시작한다.

주로 로럴의 입장에서 죽음만큼이나 끔찍한 아이의 실종 그 이후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남편도 떠나고 남은 두 아이들마저 멀어진 그녀의 삶은 엘리와의 마지막 그날 아침, 과거의 그 하루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녀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버티고 있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것보다 더한 지옥이 또 있을까.

한없이 슬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전개되는 이야기도 하지만 3인칭의 관점으로 로럴의 감정과 심리를 표현하다 보니 조금은 덜 아프게 빠져든다고 해야 하나. 책을 읽으면서 가끔 지나친 감정이입으로 눈물 젖은 페이지를 넘긴 적이 있는 나로서는 적당한 감정의 깊이가 오히려 좋았다.

상실의 아픔보다는 그녀의 앞에 나타난 운명 같은 우연으로 만나게 된 '플로이드'와 그의 딸 '포피'로 이제 조금은 행복해져도 될 것 같은 로럴의 달라진 삶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대로 평온하게 그냥 끝났으면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냥 행복하게 해주세요!!!

100페이지를 넘어서다보면 혹시 아닐까...생각해보게되는데 친절한 작가의 의도와 이를 따르는 독자의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부분 부분, 조각조각으로 하나의 큰 그림을 채워가며

이제는 누구인지도 알고 모든 것이 결정되어버린 최초의 순간 그리고 엘리가 사라진 바로 그때의 상황마저 알게 된다.

초중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반부가 느슨해지지도, 힘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은~ 진실의 일부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더 불길하고 불안하다. 설마설마하는 반전 아닌 반전에서부터 시작되는 진짜 이야기는 앞으로의 일들을 더욱더 몰입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 솔직히 책을 읽기 전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요즘 가슴 아픈 사건들로... 나 역시 엄마이기에 마음이 무겁고

가슴 저미는 현실인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비극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예상했던 재미와 슬픔 모두를 만날 수 있었다.

드라마적 요소와 스릴러적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영화보다는 미드에 좀 더 어울릴 것 같은,

예상가능한 단편적 진실이 이끄는 엉킨 매듭을 푸는 안타까운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불편한 진실도 분명 있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작가의 글로 기억될 작품인 것 같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먹을 수 있는 여자

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마거릿 애트우드의 <먹을 수 있는 여자>는

오래전 <케익을 굽는 여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도 있지만 개정되면서 바뀐 제목이 뭔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독서에 앞서 스토리를 보면서 작가의 몇몇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그에 비하면 이번 작품은 비교적 소프트할 수도, 평범한 편일 수도 있겠다는 예상 반, 무언가 또 다른 여운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반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메리언은 시모어 서베이스라는 회사에서 설문지 작업을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부서의 전원이 여직원에, 위로 올라갈 수도 아래로 내려갈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의 중간 작업자로서 결혼이라도 하면 자리를 빼야 하는 반강압적 분위기에 미래마저 불확실하다.

사랑은 어떤가~ 그녀의 남자친구 '피터'는 결혼을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로 생각하는 것만 빼고는 완벽(?)에 가까운 남자이다. 그들 커플 사이에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이, 서로에 대해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비록 미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지만 말이다.

한편 그녀의 룸메이트 '에인슬리'는 미혼모가 될 음모를 계획하고 그녀의 대학 동창 '클래라'는 셋째를 임신 중이다. 메리언은 둘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들의 인생일 뿐, 그녀가 딱히 뭐라고 말할 수도 있는 처지도 아니다.

영문학도 '덩컨'과의 계속되는 우연한 만남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급진적으로 돌아가는 모든 상황들...

정말 이대로 다 괜찮은 걸까.

직장과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들로부터 자신의 정체성과 바람직한 여성성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가지게 된 메리언,

모두들 그녀를 정상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런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남이 괜찮다 하면 괜찮은 건가? 내가 괜찮지 않은데.

그녀의 끝없을 질문에 그녀의 몸이 음식을 거부함으로써 답을 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할 일만 남았다.

그래서 그녀의 선택은?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나를 스쳐 지나가던 생각들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작가의 발상으로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메리언을 중심으로 그녀의 룸메이트 에인슬리, 친구 클래라, 그 외 직장 아가씨들까지... 이 책을 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삶은 근원적인 면에서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가 여성에게 바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메리언 주변의 여성들은 각각 자신의 방식대로의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인류가 정한 선택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비정상에 가까운 정상'인 메리언은 어떨까.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를 집약한 캐릭터다 보니 그녀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이 부분에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된다.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가며 서술 시점의 변화와 함께, 그녀의 내면을 3자의 입장에서 공감과 이해하게끔 이야기는 더욱더 심화된다.

하나씩 하나씩 음식을 거부함으로써 사회가 만든 여성성에 대해 반항을 하기 시작하는 메리언을 지켜보며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을 정도로 막다른 골목까지 함께하는 기분이다. (먹지를 못하다니!!! 나에게 있어 그 어떤 사회적 제약보다 더 끔찍한 상상체험이었다)

나쁜남자로는 49% 부족한 슈퍼 이기주의자 '덩컨' 과의 관계도 은근 빠져든다. '그녀를 정말 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로는 못마땅한 면도 있고 완전히 이해되지도 않는 묘하게 끌리는 부분이 있어서 이들의 다음 만남을 분명 기대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내가 과연 이 작품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되새겨본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내가 여성이란 사실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가능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보면서.

인물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는 분명 있지만

메리언이 자신을 파괴하려 했던 이를 마치 시험하는듯한 장면은 여성을 떠나 온전한 자신이고 싶었던 그녀의 의지가 섬뜩할 정도로 충분히 전해지면서 이 하나만으로 이 책을 읽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오늘날의 그녀를 있게 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던져진 질문에,

매 작품마다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는 그녀에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재미를 찾느냐에 따라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도 해보면서 각각의 인물들을 되짚어보며 다시 읽어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