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너무나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지만 아직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 출간된 <기억>은 표지부터 인상적이었다. 겹겹이 존재하는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처럼.

누구나 살면서 혹시나 하고 자신의 전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순간이 있는데~ 여기서 한 더 나아간 작가의 상상력은 또 하나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봉인된 기억, 전생~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

최면사 '오팔'의 공연 <판도라의 상자>의 청중이었던 '르네'는 심층 기억을 만나는 피험자로 지목된다. 그것도 최초의 피험자!!!

상황에 떠밀려 시작했지만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는 르네... 오팔의 최면은 그를 무의식의 문으로 이끌게 되고... 그 문을 열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111개의 문, 그 뒤에는 어떤 기억들이... 인생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 작품은 주인공 '르네'가 심층 기억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들을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현생에 앞선 여러 번의 전생들...

한 번쯤 상상해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르네에게는 현실이 되어버린다. 제1차 세계대전 속에서의 이폴리트, 레옹틴 백작부인, 노잡이 제노, 아틀란티스의 게브... 하나씩 다른 문을 열면서 어떤 삶을,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기억의 실체에 대해 점점 빠져드는 르네~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이제 그는 끝까지 가보려 한다. 과거의 진실들과 자신 안에 여러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덕분에 현생의 자신에 대한 몇 가지 의문까지 풀리게 된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한 이유, 생각지도 못했던 재능까지 발견하면서 말이다.

지극히 사적인 기억들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니 역사 속 하나의 문명이 이제 그의 손에 달렸다.

전생을 알고 난 뒤 현재의 삶은 뒤죽박죽이 되고 여전히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르네~

책을 읽을수록 르네의 모험담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인간마다 다른 기질과 능력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이 설명이 되면서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지금의 나'는 이전의 내가 바라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하나하나 너무나 다른 인격들을 만나는 재미도 재미지만 선택된 집단 기억인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잘 넘어가는 페이지만큼이나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긴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듯이 만약 전생이 있더라도 우리가 기억 못 하는 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전생을 알면 어떨까에서 시작되는 르네의 이야기를 함께하며 만약 내 전생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상상도 해보면서 빠져들게 된다.

형이상학적인 소재이지만 시각적으로든, 서사적으로든 그 상상의 재미를 맘껏 느낄 수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드라마나 영화로 영상화되어도 딱 좋을 작품으로,

똑똑똑~ 기억의 문 뒤에 있을 다이나믹한 삶 속으로 초대해본다.

살인의 쌍곡선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추리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할 무렵 만난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이런 최고의 작품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살인의 쌍곡선'!!!!​

작품 소개를 보고 이건 꼭 읽어야지 생각을 하며 이전에 만난 오마쥬 작품 역시 재미있게 읽었기에 특히 이 작품은 더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사건을 둘러싼 하나의 진실~ 절대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곡선이 어떻게 교차될 수 있을까.

사건 1. 도쿄에서 일어나는 연속 강도 살인사건

갈색 반코트에 흰 장갑, "세상이 나빠서 그래" 똑같은 대사까지~ 동일범으로 보이는 강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목격자들이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인상적인 범인의 얼굴, 몽타주가 완성되면서 용의자가 검거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용의자가 붙잡힌다. 그런데 이럴 수가!!! 두 명의 용의자가 얼굴부터 복장까지 완전히 똑같다.

알고 보니 쌍둥이 형제였던 그들... 분명 둘 중 한 명이 범인인데... 그래서 누구란 말이냐~

사건 2. 도호쿠 연쇄살인사건

약혼한 사이인 '교코'와 '모리쿠치'는 도호쿠의 호텔인 '관설장'으로부터 왕복열차권을 포함한 무료 숙박 이벤트 초대장을 받아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어떤 공통된 이유로 관설장으로 초대받은 6명의 사람들... 여행을 미처 즐기기도 전에 전화선이 끊긴 데다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설상차까지 고장 나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그들은 한 명씩 살해당하게 된다. 그때마다 하나씩 사라지는 볼링핀. 이를 어쩌나 .... 볼링핀은 총 9개가 있었다.

고립된 공간에서 하나씩 죽어나가는 사람들~ 살인의 쌍곡선은 제대로 재미있는 클래식 미스터리 작품이다. 초반부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보란 듯이 언급되면서 어떤 식으로 그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궁금해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거늘 덥석 그 미끼를 물어버린 6명의 사람들, 특히나 교코와 모리쿠치 커플은 각각 초대받다니... 충분히 의심할만했지만 딱히 의심 가는 부분 또한 없기에 결국 관설장으로 향하는 설상차를 타게 된다.

" 실은 잠시 생각하는 동안 갑자기 외국의 추리소설 하나가 떠올라서요." (p38)​

그리고 도착후... 생각나는 대로 지나가듯이 한 말로 인해 책을 읽는 이들은 이미 불길한 확신마저 들게 된다. 설마설마하던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이제는 누구인지 모를 범인으로 인해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은근슬쩍(?) 기다리게 된다.

일본 추리소설 중 호텔이나 저택을 둘러싼 클로즈드 서클,밀실살인이 많은데 일본 고유의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조금은 어렵게 다가오는 작품들이 있다.

그에 비해 <살인의 쌍곡선>에서 관설장은 그저 살인을 위한 무대일 뿐,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그 상황에 더 집중하게 된다. 오로지 죽어가야 할 사람들만이 있는...

꼼짝없이 갇혀버린 채 내 옆의 사람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두려움으로 남은 이들 사이의 긴장감은 점점 더해지고 이미 패를 보인 게임이지만 그 끝을 예상할 수가 없다.

***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 대신 딱히 선한 행동을 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그 내막을 알아가면서 추리 본연의 재미를 끌어올린 작품으로 클로즈드 서클, 쌍둥이 트릭, 미싱 링크라는 다양한 추리 요소들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빠지지 않을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어디서부터 범죄인 것일까... 부작위에 대해,

그리고 법의 맹점을 노리는 그 교묘함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살인의 쌍곡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을 보는 듯하지만 거기에 하나가 더해지니 또 다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지나침없이 담백한 고전 추리~ 그 느낌을 추천해본다.

작은 아씨들

초판본 작은 아씨들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디럭스 티파니 민트 에디션) - 합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어린 시절 세계명작 만화 <작은 아씨들>을 좋아했다. 드레스를 입고 케이크를 먹고~ 우리와는 다른 삶의 모습이 마치 공주처럼 보여서 어린 나의 마음에 큰 동경으로 다가왔었다. 각각 다른 매력의 메그, 조, 베스, 에이미 그들을 보면서 누가 제일 예쁜지 나름 고민도 해보고 크고 작은 해프닝을 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 느낌이 남아있다.

최근 개봉된 영화에 이은 원작 소설의 인기로 다시 만나게 된 '작은 아씨들'

그녀들은 여전할까~ 반가움으로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한다.

1000페이지 가량의 만만치 않은 벽돌책이지만 part1,2로 나누어진 에피소드 중심의 전개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길 수 있다.

1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작은 아씨들의 이야기~ 추억 속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버지의 참전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마치가의 어머니와 네 딸들 그리고 이웃 로런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집에 말괄량이 딸이 넷이나 있고 멋진 젊은이가 이웃에 사는데 어쩌겠어요?"

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공감할 시끌벅적한 일상부터 실수와 위기, 설렘의 순간들까지 조금씩 성장하는 그들과 함께하게 된다.

part1이 동화 같은 에피소드들로 즐거웠다면 part2는 네 자매들이 각자 삶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서 오히려 더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꿈과 사랑~ 어느 쪽도 생각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기에 실망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결국엔 자신들이 원했던 삶을 찾아가는 자매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또 다른 나를 꿈꿔보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이미 오래전 어른이 된 나지만... 이번에 작은 아씨들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작가의 글로 전해지는 미묘한 감정과 섬세한 묘사, 덤으로 이전까지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결말을 끝까지 보았으니~ 책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자매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은 후 또 다른 '마거릿'인 어머니 '마치 부인'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그녀가 딸들에게 하는 말들은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하는 말인 듯... 이 작품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녀라는 생각이 든다.

소녀에서 엄마가 되면서 또 다르게 다가오는 작은 아씨들... 이것이 또 고전문학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보니 더 이쁜 책이다. 민트색의 표지만으로도 마음에 들었지만 은장 에디션이라니 확실히 소장 가치를 더해준다. 페이지 중간중간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는 고전을 읽는 느낌을 한 층 더해주면서 내가 상상했던 장면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소중하게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으로 아이들이 크면 또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작은 아씨들'은 자매로망 그 자체의 이야기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는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그 따뜻함과 행복이 전해지는 것 같다.

'작은 아씨들'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나를 위한 선물로 추천해본다.

파멸일기

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 그들은 나를 짓밟았어

하나 남은 꿈도 다 가져갔어

길을 찾아봤어 아무 데도 없어

이제 내가 나를 벌하겠어 ...

( H.O.T.의 '전사의 후예' 중에서)

내가 10대 시절 좋아했던 곡이다. 그때는 그저 아이돌이 좋아서 열정적으로 따라 불렀지만 오늘날 다시 그 가사를 보니 이렇게 또 절망적일 수가 없다.

최근 들어 학교 폭력에 대한 뉴스와 방송인들의 과거 학교 폭력 문제가 번번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으로 남의 일만은 아니기에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학교, 우리 아이들의 세계에서 도대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는 이름이 같은 무수히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 중 여기 '승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명의 고등학생이 있다. 공승민과 이승민...

이름만 같을 뿐 그들의 하루하루는 너무나 다르다. 한 명은 가해자가 되고 한 명은 피해자가 되면서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공승민은 이승민을 교묘하게 괴롭힌다. 아무도 알 수 없게 그러나 지독하게.

처음에는 이승민도 주위의 도움을 받으려고 해보지만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만을 깨닫게 된다. 학교에서는 무(無)의 존재로 아무도 그가 누군지 알지 못하고 가정에서 역시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만 끝날 것 같은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뒤를 이어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파멸의 끝을 향해간다.

<파멸일기>는 현직 교사로서의 작가만의 이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로 약육강식의 세계가 되어버린 학교의 모습을 아이들의 일상에서 그려내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평범했던 한 학생이 서서히 무기력하게 변하게 되고 결국에는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없다 보니 학교폭력이 어찌 사라질 수가 있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버젓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가해자와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평생을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갈 피해자의 모습을 대비해서 떠올리니 감정이입이 절로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식이라도 정의가 실현되기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켜보고 싶어진다.

추리소설의 재미와 사회소설로서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일단 읽기 시작하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사건이 발생하고 어느 정도 짐작한 대로 전개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 작가의 노림수였다!!!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일기로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지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각각의 인물들은 그들 안에 내재된 악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금지된 욕망과 병적인 집착까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그 속을 보게 되면서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기에.

*** 요즘 자주 이슈가 되는 사회적 문제다 보니 책을 읽은 후 지금 이 순간에도 혼자서 힘들어하고 있을 또 다른 이승민들을 떠올리게 된다.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

<파멸일기>는 안타까운 뉴스들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걸... 더 이상의 절망도, 그 끝의 파멸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책이 아닐까.

아이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어른들이 되기를,

처음부터 이런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될 세상이 오기를,

우리 아이들 모두가 희망의 일기로 소중한 추억이 되는 시절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동물농장

초판본 동물 농장 (양장) - 194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지 오웰 지음, 이종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요즘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나오는 고전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본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쪽이 장르문학이다 보니 고전도 읽어야지 생각은 하지만 막상 책을 잡기까지 시간이 걸렸었는데 방송을 보다 보니 꼭 읽어야지 하는 책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작품이 바로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다.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지만 솔직히 동물들의 이야기, 해프닝 정도의 스토리로 생각했었는데 방송을 보고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된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연기한 우리 인간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존스 씨의 '메이너 농장'~

농장 동물들이 은밀하게 모여서 그들 모두가 존경하는 돼지인 '메이저'의 연설을 들으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으로 인해 비참하고 고생스럽고 단명하는 자신들의 삶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동물들은 반란을 꿈꾸며 동물 중 가장 똑똑하다는 돼지를 중심으로 그날을 준비하게 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어느 날~ 굶주린 동물들은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반란을 일으키고 존스가 쫓겨나게 되면서 메이너 농장은 드디어 동물들만의 것이 되었다.

이름하여 '동물농장'~ '일곱 계명'이라는 법률까지 가진 그들만의 세상~ 과연 이곳은 동물들이 꿈꾸던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모두가 이보다 더 행복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으니까 말이다.

But!!! 우유나 사과 같은 작은 것들을 시작으로 권력의 맛을 본 돼지들은 점점 더 탐욕스러워지고 결국 절대 권력을 가진 독재자로 또 하나의 존스가 되어간다.

"네 발은 좋고 두발은 나쁘다."가 "네 발은 좋고 두발은 더 좋다."로~ 독재와 배신으로 무너져버린 그들의 유토피아는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라는 결국 단 하나의 계명만을 남기게 된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을 통해서 스탈린 독재체제를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각각의 동물들이 누구를 상징하는지 어떠한 역사적 사실들을 빗대어 그려냈는지 굳이 모르더라도 그 시대, 그곳에 머문 이야기만이 아님을 누구라도 느낄 수 있다.

왜 권력을 가지면 하나같이 다들 변하게 되는 것일까. 비록 책이지만 동물들까지 이러니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데

특히 두발로 걷기 시작한 돼지들이라니... 소름 돋는 압도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들 중 특히 '스퀼러'와 '복서'를 비교하게 된다. 말 바꾸기로 동물들을 속이는 2인자 돼지 스퀄리는 얍삽함으로 자신의 삶을 안락하게 영위하는 반면 말'복서'는 가장 성실한 존경받는 동물로 미련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만 그의 삶은 고달프기만 한 것이... 세상일이란 게 이렇듯 참 공평하지가 않다.

<동물 농장>은 우화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최고의 풍자소설임에 틀림없다. 동물들의 이야기라서 더 냉철하게, 보이는 그대로를 지켜보면서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게 된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동물들의 열연에 가까운 삶으로 극적인 재미마저 느껴지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 장면 장면 기억에 남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주는 충격과 여운은 아주 오래 남을 것 같다...

- 창문 밖의 동물들은 돼지를 보고 인간을, 그다음에 인간을 보고 돼지를, 그리고 돼지를 보고 인간을 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 둘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했다. (p149)

고전이라면 아직은 어렵게 느껴진다. <동물농장>은 재미와 작품성에 부담 없는 분량까지~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은 읽고 생각해봐야 할 고전문학으로 적극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