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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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막연히 느끼고 있던 '불안'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마주보도록 도와주고, 그것의 원인과 약간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인간이 불안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내게 와 닿았던 것은,

1. 어떤 영역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

2.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기에 -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 점이다.

 

이 두가지 경우에 나는 굉장히 자괴감에 빠지고 불안해 하는데, 이는 (알랭드 보통의 설명에 의하면)

 

다른사람과 차별화된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튀고 싶은 욕망은 나의 동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환멸 혹은 멸시가 깔려있는 것인데,

이 근본에는

1. 내가 속하고 싶은 특정 집단/계급이 있으며 그들에게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

2. 우리사회의 내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내가 가진 가치에 상응하지 않기 때문에 -

 

그러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가치, 혹은 내가 속하고 싶은 집단이 가진 가치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학식이 높고, 문화적 수준이 높으며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문학, 사회, 음악, 예술에 대한 지적인 대화가 가능한, 동시에 유머도 적절히 있으며 적당히 신앙심도 있어서 영적인 대화도 가능한- 얼추 생각나는대로 써 보면 그러한 집단인데,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가치는 무의식중에 교육속에서 사회 지도층이 심어놓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학습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그 가치를 따라야한다고 복종해왔고, 그 가치를 어느정도 도달한 사람들은 명문대라는 타이틀을 획득함으로써 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학벌콤플렉스를 느끼며 돈을 많이 버는데에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부를 성취하면 돈으로 학위를 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평범'하게 살게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평범'을 거부하려 하고, 알면 알수록 더욱 더 정교하고 폐쇄적으로 만들어진 그들만의 리그로 들어가기 위해 내게는 유일한 방법인 '공부'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곳의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삶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내가 원하는 그룹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추구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둘 중의 그 어느것을 선택하든, 나는 끊임없이 '학습욕'으로 불안해 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내가 가진 가치는, 어떻게 형성되었던 것이든 간에 이미 나의 자아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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