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제인에어 1 - 문예 세계문학선 099 문예 세계문학선 99
샬럿 브론테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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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년, <제인 에어>가 처음 출판될 당시 작가의 이름은 ‘커러 벨’이었다. 샬럿 브론테는 남성의 이름을 빌어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 문학을 꿈꾼다는 것은 금기에 대한 도전이었고 이미 몇 편의 작품이 편집자에게 홀대받았기 때문이다. 청교도적인 가치관 아래 여성들에게 절제와 순종을 강요하던 시기였으니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에 대한 <제인 에어>는 당대 영국 사회에 큰 파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첫 작품으로 수많은 화제를 낳은 작품에 대해 독자들은 궁금했을 것이다. 어떻게 남성 작가가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잘 묘사할 수 있었을까. 커러 벨은 누구일까. 그러나 만약 샬럿 브론테가 필명이 아닌 본명으로 <제인 에어>를 출판했다면 독자들의 평가와 반응은 처음과 크게 달랐을지도 모른다. 

<제인 에어>가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현시대의 관점에서 이 소설에 대한 비판과 논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고전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고. 학생이었을 땐 그저 로맨스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던 <제인 에어>에서 계급이 느껴져 실망스러웠고,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한 소재가 불편했다. 특히- 오랫동안 그 누구도 의심해 보지 않았던- 로체스터의 부인 버사 로체스터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서인도 제도의 크리올 출신이며 크리올 인은 유전적으로 광인의 피가 흐른다는 설정, 그리하여 버사 로체스터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대표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이다. '빨간 방'에 갇힌 어린 제인의 이야기와 기숙 학교의 실상을 고발하는 전편은 좋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진다. 온갖 시련을 극복한 제인이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외삼촌으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아 부자가 된다는 점은 진부했고 그 막대한 분량의 결말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버리니 허무하기도 했다. (그 유산은 노예 무역으로 약탈한 재산이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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