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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러인가? - 한 남자와 그가 쓴 열 편의 교향곡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이석호 옮김 / 모요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말러를 늦게 접했다. 2009년 뉴욕 링컨 센터에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의 교향곡 5번이 내가 처음 만난 말러이다.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당일에 티켓을 사고 발코니에 별 기대 없이 앉아 있다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시작부터 '쿵'하고 내 마음을 휘젓더니 4악장에서는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이 모두 끝나자 마치 내가 고된 여정을 끝낸 것처럼 후련하고 감동적이었다. 아직까지도 1악장이 시작하는 트럼펫 팡파르를 들으면 그날의 내 자리와 분위기가 생각난다. 어쩌면 혼자여서 더 집중했던 것일 수도 있다. 노먼 레브레히트의 조언대로라면.
말러, 말러, 오래전부터 숱하게 그의 명성을 말과 글로 접하다가 그의 음악을 알게 된 이후로 나의 취향은 조금씩 변했다. 이후 겨울이면 어김없이 말러의 교향곡을 1번부터 차례로 듣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말러가 궁금해졌다. 그때쯤 음악 잡지에서 종종 보았던 신랄한 비평가, 노먼 레브레히트의 책이 출판되었다. <왜 말러인가?: 한 남자와 그가 쓴 열 편의 교향곡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 말러의 열성적인 팬이기도 한 레브레히트는 굉장히 집요하게 말러의 삶과 음악을 파고들면서,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말러를 이야기해 준다. 서두에서 말러를 감상하는 법만 읽어봐도 그의 음악이 궁금해질 것이다. 책과 말러의 교향곡을 번갈아가면서 읽고, 듣고를 반복했었다. 그 순간만큼은 내 인생이 말러로 꽉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