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0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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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오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읽으며 줄곧 이런 생각을 했었다. 혹자는 동성애적인 작품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예술과 아름다움, 그리고 죽음에 관한 소설이다. 이를 영화로 만든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은 나의 상상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소년을 타치오로 캐스팅했다.(대학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 <보이 Boy>의표지가 이 소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저자가 저메인 그리어란 사실도.) 영화가 유독 좋았던 이유는 말러의 교향곡-중에서 가장 아름다운-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자주 흘러나오기 때문이었다. 책에서는 주인공이 작가이지만 영화에서는 작곡가로 바뀌었다. 당연히 말러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토마스 만은 말러를 모델로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를 창조했다. 이 부분을 읽고 말러의 사진을 찾아보라.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는 중키가 조금 못 되고 갈색 피부를 지닌, 면도를 말끔히 하는 남자였다. 아담하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체격과 비교할 때 그의 머리는 좀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쪽으로 빗어 넘긴 그의 머리칼은 정수리 부근에는 숱이 듬성듬성하고, 관자놀이엔 무성하며 확연히 희끗희끗 해지고 있었다. 머리카락에 둘러싸인 훤한 이마는 주름이 깊이 패어 있어 마치 흉터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알에 테두리가 없는 금테 안경의 둥근 코걸이 부분은 고상하게 휘어진 뭉툭한 코의 윗부분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큼지막한 입은 때로는 맥없이 풀려 있다가, 때로는 갑작스럽게 오므라지며 긴장하기도 하였다. 뺨은 여위어 고랑이 패어 있었고, 잘생긴 턱은 부드럽게 갈라져 있었다. 보통의 경우는 힘들고 파란만장한 삶이 한 사람의 인상을 만들어 주지만, 그의 경우에는 예술이 그러한 일을 담당했다.




예술은 고양된 삶이다. 예술은 보다 깊은 즐거움을 안겨주고, 신속하게 기력을 갉아먹는다. 예술은 그것에 봉사하는 사람의 얼굴에 공상적이고 지적인 모험의 흔적을 각인해 준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수도원에서처럼 조용하게 생활한다 하더라도, 결국에 가서 예술은 방탕한 열정과 향락으로 가득 찬 삶조차 낳을 수 없을 것 같은 까다로운 취향, 지나친 섬세함, 피로와 신경질적인 호기심을 낳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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