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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세트 - 전3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13년 8월
평점 :
신곡은 원어로 읽어야 삼연체 형식의 서사시를 맛깔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번역본을 끝까지 읽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노력했으나 삼십이 다 될 때까지 끝내지 못했던 오랜 숙제를 몇 년 전에서야 마무리했다. 베르길리우스도 빼놓을 수가 없다 까뮈에게 있어 그르니에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물론 그 말고도 오비디우스, 호머, 키케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등 참고할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성경은 기본이다.
시인 단테와 순례자 단테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보람있는 독서였다. 또 다시 '문학예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학, 철학, 자연과학(특히 천문학), 역사, 정치, 신화, 미술... 이 무수한 알레고리가 모두 '문학'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내게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윌리엄 블레이크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 보는 재미는 물론, 관련된 그림도 찾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과 연관시켜 보고, 해설서도 읽어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석을 쫓아가면서 "읽는 기쁨(보르헤스가 신곡을 끊을 수 없는 이유)”을 마음 껏 누리고 나니 신곡의 많은 구절들이 더욱 비범하게 느껴진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우주의 조각조각 흩어진 것이 한 권의 책 속에 사랑으로 묶인 것을. - 신곡, 천국 편 33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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