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산책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독일 유학 시절 헤르만 헤세로부터 답장을 받았던 전혜린보다 더 부러운 사람, 알베르토 망구엘. 어느 날 그가 일하던 피그말리온 서점에 시력을 잃어가던 보르헤스가 들러 책을 읽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의 나이 열여섯에 일어난 일이다. 망구엘이 '모름지기 대화란 이래야 하는 법'이라고 느꼈던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는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은 난해한 보르헤스의 작품을 잠시 잊고 인간 보르헤스와 가까워지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세상의 모든 책을 읽고 싶어 했던 보르헤스는 평생 흐릿한 풍경을 보다가 아예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상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보르헤스에게 '책과 어둠'을 동시에 준 신의 아이러니는 세상 어디에도 없던 놀랄만한 이야기로 창조되었다. 이것을 가혹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책을 던져버리고 맨살에 닿는 경험을 중시했던 앙드레 지드의 조언도 좋지만 보르헤스의 간접경험(독서)도 무시할 수 없다. '독자'가 될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읽는 기쁨! 오늘부터 조금씩 보르헤스를 다시 읽으며 무한한 우주로 들어가 봐야지. 독서 의지를 잃어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처방으로.

젊은 작가에게
전진의 꿈을 품는 것은 부질없나니
바다만큼 많은 글을 쓴다 하여도
이미 보르헤스가 썼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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