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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지상의 양식>을 품에 안고 다니던 나는 밤마다 소멸했다.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이제 곧 사라질 밤의 어스름 속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매일 밤, 나는 죽고 없었다. 그러나 아침이면 기적적으로 소생하여 온전한 하루를 다시 얻었다. 똑같은 저녁과, 똑같은 아침은 단 하루도 없었다.
당시 내가 이 단 한 권의 책으로부터 얻은 삶의 해방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좁은 문>이나 <전원 교향곡>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직까지도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마음속에 무언가 생생하게 차오르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순수한 문학의 부활을 꿈꾸며 <지상의 양식>을 썼던 지드. 그는 어두웠던 자신의 청춘을 후회한다 했지만 그 후회 덕분에 내 청춘은 힘을 얻었다. 지드의 언급대로 하나의 밀알이 자신을 부정하고 땅에 떨어질 때 새로운 밀알이 다시 태어나듯이, 자신의 삶을 부정했던 지드로 인해 나의 삶은 긍정이 되었다. 이러한 문학이야말로 나에게는 구원 같은 것. 시간을 견뎌낸 이 책 바로 이 시대의 양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의 책을 던져 버릴 차례!
우리는 언제 모든 책들을 다 불태워 버리게 될 것인가! 바닷가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