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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나는 이스탄불을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러한 이유로 로맹 가리도 이스탄불에 매력을 느꼈다. '류트'였나, 그의 단편 어딘가에서 오르한 파묵과 비슷하게 이야기한다. 나 또한 그토록 번영을 누리던 한 도시가 과거에 묻힌 채 잊히고 있다는 것에 아쉬움과 매력을 동시에 느낀다. 파묵은 이러한 내 마음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 자신의 개인사를 털어놓으면서 이스탄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스탄불의 과거가 개인의 추억과 맞물리면서 다시 찬란하게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파묵의 내밀한 기억을 따라다니면서 이 도시에 만연하다는 '비애'라는 감정에 젖은 채 내가 상상하던 콘스탄티노플 아니, 이스탄불의 이미지를 마음속으로 그려 보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파묵이 소설가가 아니라 어렸을 적부터 열망하던 화가가 되었다면 과연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