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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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 없는 악동, 모모를 떠올려 본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의 출신도, 부모도, 나이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아이. 그런 모모가 들려주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우리 사회의 외부에 존재하는, 어쩌면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한 권으로 엮는다면 모모가 원하던 ‘진짜 책'이 되지 않을까. ‘모든 얘기들이 다 담겨 있는 책’을 쓰고자 했던 모모, 그것은 아마도 로맹 가리, 어쩌면 에밀 아자르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준 것은 양탄자 장사로 유명한 하밀 할아버지예요. 그분이 다 가르쳐주셨어요. 지금은 장님이 되었지만요.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의 책을 들고 다녀요. 나도 크면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쓸 때면 늘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잖아요. 내가 불쌍한 사람들 얘기를 쓸 때는 누굴 죽이지 않고도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다 쓸 거예요. 그건 누굴 죽이는 것과 같은 힘이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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