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의 산을 찾아서 - 불멸의 산 생트빅투아르 기행
페터 한트케 지음, 이중수 옮김 / 아트북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거침없는 비평과 밀도 있는 글쓰기로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페터 한트케. 그는 세잔의 작품을 깊이 연구할 정도로 일찍이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세잔이 죽을 때까지 그리고 또 그렸던 그 유명한 산, 생트 빅투아르를 직접 보기 위해 그는 프로방스로 떠났고 그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실험한 화가의 뒤를 좇으며 예술을, 그리고 인생을 배운다. 프루스트가 이전의 예술가들을 통해 작가의 소명을 깨달았듯이 페터 한트케 역시 세잔의 산을 통해 문학의 길에 더욱 의미를 두게 되었을 것이다. 세잔과 페터 한트케, 그들이 추구한 것은 같은 것이다. 그것은 단지 ‘그리기’와 ‘글쓰기’라는 행위의 차이일 뿐.

톨로네 마을보다 산이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은 벌거벗은 듯, 모노크롬에 가깝게 묘사되었다. 색채라기보다는 오히려 눈부신 빛에 가깝다. 때때로 구름의 선과 하늘 높이 솟은 산을 혼동할 수도 있다. 그것은 다른 길이다. 첫눈에, 가물거리는 산은 하늘에서 나타난 듯 보이는 데 이 효과는 바위 산자락의 수직으로 떨어진 면으로 강조된다. 바위산은 정지된 순간인 듯하고 수평선을 통해 산의 아랫부분의 지층을 따라 펼쳐진다. 산은 거의 획일적으로 채색된 하늘로부터 공간 속에서 견고한 작은 구조물로 통합되어 흘러나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세잔이 그린 산과 실제 생트 빅투아르 산의 모습은 오로지 서로 다른 형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실제 내 앞에 우뚝 선 생트 빅투아르 산을 보자 이제까지와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세잔은 실제 산을 달리 그린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 상상이야말로 훨씬 더 논리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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