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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평점 :
누군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언제나 일 순위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었다. 환상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 역시 반복적으로 읽으며 ‘서글픈 언덕’ 할아버지의 인생사에 빠져들곤 했다. 그런데 마르케스가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 바로 이런 것이다!'라 했을 만큼 이 책의 모티프가 된 중요한 작품이 따로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
절벽 위에 자리한 비밀의 집에 노쇠한 늙은이들이 찾아와 젊은 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절대 만져서도 안되고 깨워서도 안되며 오직 잠에 취한 젊은 미녀를 바라보는 것만 허락된다. 에구치 역시 밤바다 조심스레 이곳을 찾아와 지난 삶을 회상하며 다섯 번의 밤을 보낸다. 한 쪽에는 삶이 채 피어나지도 않은 아가씨가 잠들어 있고 또 한 쪽에는 삶을 정리하고 있는 노인이 허망하게 누워있다. 함께 존재하지만 그 어떤 관계도 성립되지 않는 참으로 오묘한 만남. 추하다고 생각했던 그 욕망 위에 알 수 없는 연민이 스며든다.
+ 마르케스의 소설에서는 '잠자는 미녀의 집'이라고 했지만 국내에는 '잠자는 미녀'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시적 방종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그녀도 고양이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가능한 일일뿐만 아니라, 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것도 사실임을 깨달았다. 즉, 내 고통의 달콤함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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