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적당히 무리 안에 섞여 있는 것도 가능했으니, 튀지 말라는 엄마의 소망도 이루어진 셈이다. 대부분은 그저 잠자코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화내야 할 때 침묵하면 참을성이 많은 거고, 웃어야 할 때 침묵하면 진중한 거고, 울어야 할 때침묵하면 강한 거다. 침묵은 과연 금이었다. 대신 ‘고마워."
와 ‘미안해.‘는 습관처럼 입에 달고 있어야 했다. 그 두 가지 말은 곤란한 많은 상황들을 넘겨 주는 마법의 단어였다. 여기까진 쉬웠다. 상대방이 내게 천 원을 내면 거스름돈을 이삼백 원 내주는 것과 비슷했다.
어려운 건 내가 먼저 천 원을 내는 거였다. 그러니까, 뭔가를 원한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어떤 것을 좋다고 표현하는 일들, 그런 게 힘든 이유는, 여분의 에너지가 필요하기때문이다. 내가 먼저 돈을 내야 하는데 나는 사고 싶은 것도없고, 얼마를 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잔잔한 호수에 억지로 파도를 치게 만드는 것처럼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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