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삼각형 오늘의 젊은 작가 51
이주혜 지음 / 민음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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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서 시작된 탐욕스러운 이야기가 세 사람의 회복으로 변모하고,

반짝이는 대삼각형으로 희붐하게 빛나게 되는 이야기의 연대가 기록된다.



두 번의 유산에 이어진 바람난 남편의 이혼 요구. 그렇게 혼자가 되어 불행과 불안 안에서 사는 그에게 미혼모 시조카 우주가 자신을 기록해달라며 나타난다. 그런 우주에 염치없게 설레고 마는 태지혜.

“우주가 왔다. 우주는 집 우자에 집 주, 집 자체다. 온통 집인 아이가 내 집에 왔다.”(p136)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송기주는 자식에게도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딸 시오를 무서워하면서도 집착하게 된다.

“사랑이 자연 발생하지 않는 노력의 산물이라면 미움은 노력과 무관하게 자연 발생했다”(p31)



젊은 영어교사 시절 지켜주지 못한 학생. 사회와 가정사에 시달리며 동네 영어학원 강사가 된 지금 지켜줘야 할 학생이 생긴 반지영. 다른 집 사모와 아이에게 충성하고 자신의 가정엔 충실하지 않았던 운전기사 아버지와 단둘이 남게 된 불편한 상황의 임대 아파트.

“반지영은 집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 집은 아버지 없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숨통을 조였다.”(p152)



이 셋이 어느 독립서점 북토크에서 만나 내향성과 독서를 공통으로 삼아 단톡방 ‘중구난방’을 만든다.

그 안에서 공감과 일상을 쌓아나가던 중 반딧불이를 보러 충동적으로 무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지혜와 우주, 기주와 시오 그리고 아버지를 등 뒤로 두고 온 지영.

그렇게 그들은 여행지에서 반딧불이 대신 밤하늘에서 빛을 내는 여름철 대삼각형과 만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나간다. 자신을 가두었던 별자리에서 서로를 가상의 선으로 이어주는 별자리가 되고 그 반짝이는 별들은 이야기가 되어 서로를 묶는 연대로 이어진다.



첫 표지부터 독자를 확 끌어들인다. 흐릿한 별들 속에서 뚜렷한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 그리고 그 밑에 연기가 올라오지 않는 찻잔.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세 이야기가 흘러가다 만나는 흥미로운 구성도 재미를 더해줬다.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운을 떼며 시작하는 이 글은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이 아니면 아무리 이야기라 큰소리쳐도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주혜 작가라는 사람을 마음 한 편에 기억하게 만든다.

하지만 조금은 더 장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삼각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조금 더 넓고 깊게 펼쳐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간의 작위적인 설정들로 급하게 묶이는 이야기들이 아쉽긴 했지만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는 빛을 잃지 않는다.

회복의 희망을 찾아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세 인물들과의 공통점이 없어도 좋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삶과도 연결되어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집을 생각하며 외면하고 있던 나의 상처를 조심히 꺼내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나’에서 ‘너’로 확장되어 가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 이야기로 갇히기도 하고

이야기가 깃들어 정체성을 가진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아 씨. 어차피 구린 거. 같이 하자. 도피든 상상이든.”(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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