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지역에 거주하고 대구가 열악해서가 아니라 어린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친숙한 지명이 다른 지역의 낯선 동네로 바뀐다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획일화 고정화 된 가난에 대한 쓰라린 이야기다. 날뫼라는 옛이름을 가진 비산동 돌봄 공부방에서 일하는 봉사자와 저임금노동자, 차가 다닐 수 없는 팔달시장 골목길을 수거하는 환경미화원, 부당해고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성서공단 근로자, 수업시간 보다 아르바이트가 더 긴 학자금 대출에 눌린 대학생, 화장실 옆칸에 사람이 있나를 의식하며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한 끼를 해결하는 종합병원 미화원, 0.5평의 공간에서 착취 수준의 무급노동을 강요 당하는 아파트 경비원 우리들이 오늘도 길에서 지하철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한 번쯤은 만났을 수도 있지만 관심 갖지 않아서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의 고달픈 일상을 보았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처럼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일까. 내눈에는 또렷이 보이지 않고 그저 노안처럼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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