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지 말아요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사
사랑이라면,아니 거기다가 첫사랑이라면,아니 어쩌면 짝사랑이라면..
남녀불문 가느다랗게 한숨을 쉬면서 한자락 쉬아가고픈 불멸의 주제가 아니던가
연애에 관한,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진부하면 식상하여 유행가속 이야기같고
지나치게 학문적이면 사랑이라기보다는 교과서를 보는 듯하여 별 관심이 가지 않는다
저마다의 경험이 있고 저마다의 경험만큼의 공감의 크기가 다르기에 사랑을 말하기에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그나마 그 중요한 맥락의 차이는 공감하는 중심에 어떤 진정성에 있는가에 따라 감동의 크기가 다르다
정여울작가의 잘 있지 말아요 는 사랑의 정석을 보여준다
책 한쪽을 다 읽기전 몇 줄을 연필로 줄을 쳐놓고 싶을만큼 참으로 야무지게 사랑을 찾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사랑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소설이나 연극 등등의 작품을 통해 사랑을 조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작품속의 감상기라고 말하기보다는 아주 날카롭고 통찰력있으면서도
절절하게 매력적인 사랑 하나하나에 대해서 저자만의 시선으로 숨겨져있는 낯선 코드를 꺼내온다
우리들이 별 생각없이 본 소설,예사롭게 지나쳤던 영화속 장면,그리고 스치는 대사 하나에 대해
사랑의 실증적인 측면을 날카롭게 말함으로 오히려 더욱 사랑을 빛나게 하는 대단한 책이다
사랑...위험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열정
연애...내 안의 가장 밝은 빛을 끌어내는 마법
이별....사랑에 내재한 불가피한 트라우마
인연...서로의 결핍으로 오히려 완전해지는
사랑안에는
저자는 37편의 작품을 통해서 사랑에 대해 총망라한 아주 방대한 시집을 쓴 것 같다
괴테는 말했다 연애는 교양의 시초라고,사랑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궁금한 줄도 몰랐던 세상을 배운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음식,사람을,사랑하는 사람이 견뎌온 고통과 슬픔과 불편을
사랑하는이가 앞으로 질어져야 할삶의 무게까지도,우리는 배운다
그런 배움은 어떤 책속의 가르치과도 바꿀 수 없는 영혼의 보석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하는 이가 아니였다면 결코 만져볼 수없는 세상의 신비와 위험과 감동을 배운다
사랑이 무엇일까 늘 생각하는 사람
사랑때문에 늘 상처받는 사람들
그래도 아름다운 감동의 사랑을 선망하는 사람들
우리 모두는 그런 사람들이고 그럼으로 이 책에서 위안받고 답을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여기를 보라고 ...이렇게 아픈 사랑도,앞뒤가 서로 막힌 사랑도,이기적이면서 계산적인 사랑도
사랑 자체로 아름다울 수있으며 그 사랑으로인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감히 묻고싶다
아마도 재미없을수도 있고 진부할 수도 있는 사랑에 대한 테마가 이토록 반짝거리는 에세이로 읽히는 이유는
저자의 여러 매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관심,그리고 빛나는 문장력이 힘이 되어
탄탄하게 그리고 진정성있게 우리들의 마음으로 들어오는 것이리라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오히려 뒤틀린 사랑,아파하는 사랑,불행한 사랑이 예가 됨을 보면서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내면의 길은 오히려 하나의 답으로 통하는 것이 아닌지...
아마도 내가 가장 감동받은 문장들은 영화나 문학작품속의 명문장이 아니라
그것들을 찾아내고 바라본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이다
사랑을 잘 이해한다는 건 남자와 여자의 본질을 제대로 안다고 하겠고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으로서의 성숙함을 말하는 것이기에
좀 더 어린 독자보다는 사랑의 상처가 깊은 독자들에게 치유의 시간으로....
어쩌면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감동할 것을 예감하면서....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그리운 사랑의 말
당신 잘 있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