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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김남조 외 지음, 이경철 엮음 / 책만드는집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가 있는 아침

도대체 유명시인의 시를 읽고 내가 서평을 쓴다는 자체가 조금은 어쭙잖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 감동을 받았다거나 좋은시 라던가 하는 느낌을 설명한다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비평도 아닌 감동만 나열한다면 그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고
또 비평이란 그 사람보다 한 수 위에 사람이 하는 것이지
하수주제에 입을 열어 떠들 일은 아닌 것 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를 읽는 그 순간에는 독자의 입장에서서
나는 순수해지고 완전히 글 안에 몰입하며 싯적 감흥안에서
시인과 혹은 시인이 말하는 그 이미지와 하나가 되어있음을 절감한다
시를 읽는 이유는 바로 그 짜릿한 만남이 좋아서 일 것이다
시인이 본 순간 ,시인이 본 것 , 시인이 느낀 것
그리고 그가 말하는 이미지가 바로 내 눈에서
펼쳐지는 순간...즉 소름이 끼치는 공감의 순간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나도 그런 순간을 겪지 않았는가
왜 나는 그런 순간을 이렇게 말하지 못하는가 하는 자책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그 순간의 반짝이는 찰라를 잡아내는 이의 곁에서
공감하는 일만으로도 나는 참으로 행복해짐을 고백하지않을 수 없다
시인이 펼지는 그 사람만의 세상,
그 사람만의 표현 그 사람만의 과거와 현재가 있다
오로지 작가 혼자서 겪은 일인데
작가는 거기에서 우리 모두가 공감할수있는 이미지를 잡아낸다
한가닥 마음을 잡아낸다
그것은 결국 겪지 않았지만 겪은 것 같은 동참의 공감이요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듯 언젠가 내게 있었던 일인듯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편적인 것인데 특별한 무엇으로 보이게 하는
세련된 이미지의 동화가 바로 시의 매력이다
스쳐가는 슬픔,여운,아주 작은 공감,아주 보이지도 않는 것,
혹은 너무나 공감하면서 아주 큰 것들.....
모두 다르지만 각자 펼쳐지는 일이지만
결국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보편적인 이미지로서의 자연스런 전환이요
단순화한 것처럼 보이는 음율척인 겉옷을 입히는 마력이다
한편의 시를 읽으면서 느낌은 각자 다르다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 시를 함께 이해한다
유명한 시인의 시라서 좋은 것이 아니다
그의 유명하지 않은 시도.... 어떤 이는 미치듯 좋아하는이가 있을 것이요
유명한 시지만 누군가에게는 별로 와닿지않는 그런 시 일수도 있다
그것은 소설과는 분명히 다른 ...아야기가 아닌 순간을 노래했기 때문인 것이다
시가 있는 아침은 중앙일보에 연재중인 시가 있는 아침 중 작품을 엮어서 만들어낸 시집이다
읽을수록 좋은 시 감칠 맛 나는 시들이 가득하다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순간들이 꽃처럼 피어난다
시를 읽는 순간에는 우리 모두 시인이 된다
순수하고 착하며 아름답고 거룩하다
시는 우리에게 우리도 모르는 그런 선물을 준다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시 한편을 옮기며 서평을 마치려한다

꽃 또는 절벽
누군들 바라잖으리,
그 삶이
꽃이기를
더러는 눈부시게
활짝 핀
감탄사기를
아, 하고
가슴을 때리는
순간의
절벽이기를
시인 / 박시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