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1
김수용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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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1권을 잡았을 때의 그 반가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생생한 캐릭터, 힙합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소개, 그리고 실감나는 춤에 대한 설명. 누구나 한번쯤은 윈드밀이니, 토마스니 하는 흉내를 내며 방바닥을 떼구르르 굴러본 적이 있지 않을까.

이 만화를 통해 뒷골목 비보이 문화, 나랑은 거리가 먼 문화라고 생각했던 힙합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정말 작가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일 것이다. 쇼다운이 벌어질 때의 그 흥미진진함! 두근두근함을 가득 안고 책장을 펼쳐보았다.

더구나 본 편보다 더 재밌다고 소문난 뒤의 SD캐릭터 이야기들은 정말 배꼽을 쥐고 파안대소를 터뜨리게 한 즐거운 것들이었다.

그러나 꽤 많은 편수가 나온 지금. 나는 <힙합>에 대해 조금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캐릭터들간의 대화에서 불필요하게 남발되는 쓸데없는 욕들, -물론 나는 만화에서 건전한 용어들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Y*** 단체 사람들은 아니다. 내가 '쓸데 없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것이 어떠한 극적 긴장감도 유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용상 별로 필요가 없고, 공감이 가지 않는 적대 관계와 독자로 하여금 전혀 긴장감을 못 느끼게 하는 전개들. 이러한 것은 작가가 이제 갈 곳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초반 작가는 힙합 문화의 신원-그동안 당해온 억울한 깔보임에서 벗어나려는-을 주장하며 아직도 다분히 존재하는 힙합 문화에 대한 주변의 편견과 싸우는 전사적 모습을 표방해 왔다. 그리고 상당부분 그것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과연 현재도 힙합이 무시당하고 있는가? 주된 독자층인 10대에게 힙합의 신원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것인가?

이제는 <힙합>이, 만화 자체의 완성력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때는 아닐까. 조금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두.. 아직도 SD는 넘 재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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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갑자원 9
OSAMU YAMAMOTO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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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원은 일본 고교 야구의 대제전이 벌어지는 고시엔 구장이다. 검은 흙 그라운드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 중요한 것은 고시엔 구장이 아니다. 바로 그곳을 밟아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과 등장 인물들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특이한 것들이다. 일본 본토와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키나와라는 특수한 지역, 그 역사와 지리적 위치 때문에 미군부대를 떠안고 살아야 하는 특수한 역사, 그리고 그 역사로 말미암아 1960년대 유행한 풍진, 또 그로 말미암아 발생한 수많은 장애아들. 이러한 설정 자체는 현실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이지 않은 조건을 낳았다.

나는 만화를 볼 때, 그 만화가 내가 모르던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전해주었는가 하는 점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보곤한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는 나에게 오키나와라는 -관광지로만 생각했던 -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 알게 해 주었고, 농아들의 삶에 대해서도 알게 해 주었고, 야구에서 청각이라는 요소가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도 알게 해 주었다.

이 만화의 주 걸개는 장애아들의 삶과, 그들의 역경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 것은 껄끄러운 미군 문제를 자연스럽게 다루어 독자가 그 문제를 인지하고 상기하게 한 점이었다.

미군 문제를 접근할 때 흔히 적대적 감성만으로 선동적 구호만을 낳거나, 그로 인해 오히려 외면해 버리게 하는 그런 문제를 낳곤 한다. 그러나 이 만화는 그 어떤 선동적 구호보다도 더 미군 문제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일본인들이 이러한 만화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더욱 부러워했다.

마지막 10권을 다 읽고 났을 때 약간은 허탈했다. 그냥 소설이라면, 만화라면.. 주인공들은 무언가 확실하게 장애물을 극복하고 해피앤드로 끝났을텐데, 논픽션인 이 만화는 현실의 결말을 보여주었다. 장애아, 그들이 겪어야 할 장애물은 현실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음을 말이다. 한편 미군과는 어정쩡한 화해로 넘어가고 말았고. 하지만 이제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 문제에 대해 소리 높여 말하고 있고.. 오키나와의 청각 장애인들은 지금쯤 40대가 되어 무언으로 그들의 의지와 고난을 역설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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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15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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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생활의 무대로, 교수라는 직업이 생활패턴의 전형이 되어 있는 바닥 사람들이라면 꼭 봐둘만한 만화이다.

주인공 柳擇(야나기 사와) 교수는 Y대 경제학과 교수로, 나이는 70이 다 되어 가는데, 사립이라서 그런지(일본은 그런 모양) 아직도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교통질서 엄수, 수면 시간 엄수, 학문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차가운 이성과 단단한 논리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만화가는 다음같은 대사들을 통해서 학자가 상아탑에 갇힌 고리타분한 인물만이 아닐 것을, 사회의 기본을 지켜주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학문 공부와 가르치는 것의 끝이 어째서 총장이나 학장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자신의 수업을 들어 준다면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수가 적다는 이유로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들어주는 그 한명의 학생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학자는 일반인의 질문에 대답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어떠한 질문이건간에'

일반인들의 소소하고도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을 무시한 적이 있다면..
학생으로서 수업을 듣는데, 사람들이 적다는 이유로 짜증부리는 교수에게 상처받은 적이 있다면..
학문 세계도 정치판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위의 대사들은 가슴을 치는 절절한 대사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나는 이러한 만화가 어떻게 히트를 칠 수 있을까를 의문스러워한 적이 있다. 그림도 그냥 그렇고, 플롯도 사실 좀 성글고, 내용도 대사많고 어떤 때는 지나치게 답답한데..아마도 그러한 단점들을 보완해주는 것이 유교수 이외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성격들의 인물들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좀더 재미나게 즐기는 법! 시범적으로 1권만 빌려다(혹은 사다) 읽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조금은 성근 플롯과 그림체, 또 짜증나는 번역으로 인해, 다음 권을 굳이 빌려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5권 전체를 빌려다 놓고 읽어본다면, 그 감동은 배가 될 것이다. 아.. 15권을 보고 나니.. 몽고에 너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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