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다니엘 키즈 지음 / 문원북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무지하게 머리가 좋은 생쥐가 있었다. 이름은 알제논이고 그는 미로찾기 게임을 즐겨한다. 게임을 빨리 풀면 맛있는 치즈가 주어진다. 처음에는 치즈 먹는 재미에 빨리, 더 빨리 문제를 풀었다. 그러나 알제논은 점점 더 똑똑해져서 이제 문제를 푸는 재미로 문제를 푼다. 그의 작은 두뇌가 컴퓨터 칩보다 더 빨리 돌아간다. 뱅글뱅글뱅글. 그러다가 어느 순간 펑~ 터져버렸다. 알제논은 죽었고, 이제 그의 무덤에 누군가가 꽃을 바친다. Flowers for Algenon 이 책의 원제다.

꽃을 바친 사람은 찰리다. 찰리 역시 알제논과 똑같은 뇌수술을 받아서 아이큐 68의 저능아에서 150의 천재로 변신했다. 그는 알제논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예측한다. 곧 자신도 다시 저능아로 돌아갈 것임을. '그때가 되면 내 스스로 워런주정부보호소로 갈테야. 아무에게도 동정받고 싶지 않아. 어쨋든 나는 학실히 과학에 이써서 어떤 중요한 거슬 발견한 이 세상 최초의 바보임에 틀림미 업따. 나는 무어신가 햇따. 그러나 무어슬 햇는지 기억이 안난다.'

자신의 뇌가 조금씩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는 바보에서 천재로 변하면서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치렀다.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놀리고 비웃는 재미로 사는 건달들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똑똑한 줄만 알았던 박사와 교수와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바보라는 걸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인간들이었다. 박사는 찰리가 자기 덕분에 인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찰리는 예전에도 인간이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똑같은 인간일텐데...

바보였을 때는 너무나 따뜻했던 세상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래도 그 대가로 그는 진실과 사랑을 얻었는데, 이제 다시 바보가 되어가니 그것마저도 빼앗겨야 한다.

<찰리>를 읽는 동안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다. 화장실 갈 때마다 조금씩 읽으려고 했는데,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가슴이 아팠던 것은 뇌수술을 받은 후 되살아난 어린시절의 기억들...찰리가 갖고 있던 똑똑해지고 싶은 간절한 희망, 섹스에 대한 공포, 칼과 피의 꿈, 이 모든 것이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 너무나 사랑했지만 결코 사랑해주지 않았던 어머니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뇌수술은 정박아 찰리를 무의식 저 아래로 가둬버렸다. 찰리는 반항하지 않고 그 안에 숨어있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튀어나왔고, 서서히 때를 기다렸다 다시 의식 밖으로 올라왔다. 찰리는 말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비웃을 때, 그냥 웃게 내버려 둔다면 당신은 더 많은 친구를 갖게 될 거예요.'

1960년에 휴고상을 받은 소설이다. 왜 모든 좋은 소설들은 이렇게 오래 전에 쓰여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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