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금요일, 오후 7시. 북적대는 백화점 식품매장을 어슬렁거린다.

고민 끝에 푸드 코트에서 먹고 가기로 한다.

혼자 백화점 지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은 불쌍해보일까?

그렇게 보인다고해도 상관없다. 내게는, 그 사람이 있으니까.

사랑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혼자 있을 때도 자신감을 준다.

         약속이 없는 금요일 밤도 이제는 조금도 두렵지 않은것이다.         

-본문 中

 

 

사랑때문에 했던 일들을 헤아려 본다.  옷을 코디하느라 밤을 지새웠던 일, 초코렛을 만들기 위해 하루종일 부엌을 서성였던 일, 그의 카톡 답을 기다리느라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잔 일 등 많은 일들이 줄지어 떠오른다. 그 중 몇 개는 아직도 얼굴이 확확 달아오를 만큼 바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사랑을 하면 가끔, 나도 모르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를 ‘만드는데’ 조금의 흥미도 없던 내가 도시락을 싼다던가, 리본은 어린 애들이나 하는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핑크색 리본 머리띠를 사들고 다음날 데이트를 떠올리고 있다던가. 나같지 않은 내가 튀어나와 또 다른 내 행세를 하고 있지만 지극히 자연스럽다는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렇듯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핑크빛 로맨스 뒤편에 자리한, 당신은 모르는 나만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흔히 사랑은 둘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랑이든 사랑의 뒤편엔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만나기 오분 전까지 얼마나 수없이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쳤는지, 바래다 준다는 너의 말에 얼마나 설렜는지..... 대개 ‘사랑’하면 그와 맞잡은 두 손, 그와의 따뜻한 포옹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능동형에는 온갖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남 몰래 흘렸던 눈물일 수도 있고, 폰을 쥐고 전전긍긍했던 불안 혹은 날아갈것만같은 황홀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둘이 만들어가는 흔해빠진 로맨스가 아니라 사랑을 함으로써 유발되는 소소한 감정들을 공감에 푹 삶아 담아냈다.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쫄깃쫄깃 살아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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