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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도 숨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최계략 시인의 <꽃씨>라는 시다. 이 시를 읽다보면 작은 꽃씨
안에서 파아란 잎사귀, 빠알간 꽃, 노오란 나비떼를 꺼내 든 시인의 눈이 사뭇 궁금해진다. 이 책도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떤 것일까. 시인의 말마따나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생각을 적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막대 사탕 핥아 먹듯한 세상이 아닌
우적우적 깨물어 먹은 세상의 맛에 대한 기록이다.
'시간 도둑' '아버지의 미래' '샤워부스에서 노래하기' 등 소탈한 일상과 생각의 조각들이 김영하의 눈 속에 새롭게
되살아 온다. 스마트폰을 시간도둑이란 귀여운 별명으로 지어 부르며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짤막한 글을 시작으로 또 다른 세상이 빚어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영화<그래비티>의 광활한 우주에서 신비로움이 아닌, 끝없이 넓은 우주에 남겨진 한 우주비행사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캄캄하게 빚어낸다. 또한 샤워실에서 목청 돋우는 세상의 모든 아마추어 가수들에게는 세상의 기준을 물으며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그려낸다. 이 책에는
날 것의 현실이 김영하식 사유와 한데 어우러져 맛깔나게 펼쳐져 있다.
얼마 전, 놀러 간 시골 장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도시 놈들은 음식을 눈깔로 먹는당께.” 나는 아마 여기서 말하는 ‘도시
놈’ 일테다. 그동안 모든 것을 눈으로만 얼핏 얼핏 보곤 했으니 말이다. 사과는 무조건 빨갛고 매끄러워야 하며 둥글어야 한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반지르르하게 훑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왕 보는 것이라면 제대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속칭 ‘눈깔’로 사물의 겉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벌레 먹은 자리에서 상생의 증거를 읽고, 둥글지 않은 투박한 모양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읽어낼 수 제대로 된 ‘눈’을 가져야 겠다고
말이다. 그런 눈이라면 맛 좋고 건강한 과일 고르기를 넘어 세상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