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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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라는 단어를 나직이 속삭이고 있으면 가슴 한켠부터 따스함이 밀려든다.

노랑이라는 단어 안에는 눈꺼풀에 내려앉았던 눈부신 햇살 한 줌, 와그르르 쏟아지던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들어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따뜻함’이라는 촉각적 감각으로 나를 감싸안는다. 이 책의 제목이 <노란집>인 것을 보면서 벌써부터 내 맘은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를 시작으로 빠짐없이 탐독해왔던 박완서 선생님의 저서들은 하나같이 들꽃같이 수수하고 싱그러운 풀 내음이 배어나온다. 꾸밈없는 문체지만 그간의 경험을 노년의 원숙함과 시들지 않는 감수성으로 풀어낸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박완서씨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이 책은 박완서씨의 딸인 호원숙씨가 아치울 노란집에 머물며 어머니가 쓰셨던 글들을 엮어 만든 에세이집이다. 돌아가진 지 이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의 글 자취를 하나하나 엮어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애틋한 모녀지간의 정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박완서씨의 유년시절 속에 내가 동무로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세월을 초월한 선연한 추억이 펼쳐진다.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그녀의 어린 시절과 시집살이 시절을 드나들다 보면 스물 두 살이라는 내 나이가 무색해질 만큼 아득한 시차가 별 것 아닌 양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시차는 가까워진 반면, 그녀의 빛나는 감수성을 따라잡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마당에 있는 풀 한포기, 아는 지인이 천덕꾸러기쯤으로 떠나 민 항아리 하나에도 꿈같이 아련하고 따스하게 숨결을 불어넣는 그녀의 감수성이 어찌나 부럽고 놀랍던지... 현역작가로 삶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항상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기에, 박완서씨의 삶에 글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었다. 또한 그녀가 썼던 소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고, 폭넓은 연령대의 독자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따스한 시선으로 빚어진 문장으로 투영되는 세계가 좋았기 때문일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따스한 노랑이 깃든 문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자리한다는것을 몸소 알려주고 가셨음을 또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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