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독의 권유 - 시골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2월
평점 :
"자기자신에게 홀연히 돌아간다는것, 그것은 매혹적인 일이다.
글을 쓰는 순간은 아주 고독하다. 그 누구의 간섭이나 개입이 허용되지 않는 고독한 순간에 비로소 자기자신과의 대화만
허락된다.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견고한 침묵의 대화다."
봄은 오고 갈뿐 머무르지 않고, 여름은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더니만 어느새 초록이파리 너머로 옅은 가을을 내비친다. 가을은 그렇게 어느날, 문득 찾아온다.
가을의 서늘함이 아침,저녁으로 살갗에 내려앉는 요즘, 덩달아 마음에 늘러붙는 서늘함이 바로 고독이다.
흔히들 외로움이라고들 부르지만, 쓸쓸하다는 외로움을 넘어 자기세계의 사유를 즐기는 이들에겐 ‘고독’이다. 하지만 ‘고독’을 선뜻 받아주는 이는 아마 없을테다.
고독이 내면을 파고드는 사이, 눈물 몇 방울 흘릴 굳은 각오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고독의 권유>다. 수없이 많은 권유 중에 ‘고독’을 권유하는 작가의 담대함이 부러워진다.
도시의 지리멸렬한 삶을 청산하고 안성의 한 시골에 자리를 잡아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을 풀어 쓴 이 에세이는 법정스님의 에세이만큼이나 소박하고 산뜻하다. 작가가 고독을 권유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삶에대한 자신감, 그로부터 오는 삶의 깨달음이 좋았기 때문이리라.
유유자적 산골짜기에 터를 잡아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은 언뜻 보면 참으로 넉살좋은 이의 꿈같은 이야기쯤으로 들릴 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물려받은 재산 한 푼 없이 일궈온 그의 삶은 우리와 다를 바 하나 없다. 다만, 그는 돈 대신 여유를, 편안함과 안락함, 성공을 뒤로 한 채, 자연에 스며들어 불편함을 감수한 여유로움 그리고 성공가도의길로부터 자발적 이탈을 택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소박하지만 풍족한, 불편하지만 편안한 그런 아이러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함과 더불어 고독을 슬쩍 내밀어 보이는 저자의 말없는 권유는 한없이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고독이란게 그리 힘든것이 아님을 그는 호젓한 호숫가에 자리한 저택에서 농밀한 라일락향기와 낙엽이 꽃이 되는 가을의 문턱에 서서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그가 <고독의 권유>라는 제목을 달지 않았어도 이 책을 덮었을 때, 우리들은 고독을 찾아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싶었을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