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비극 - 시그마 북스 011 시그마 북스 11
엘러리 퀸 지음 / 시공사 / 1994년 11월
평점 :
품절


그 유명한 X,Y,Z 시리즈를 X의 비극부터 먼저 읽게 되었다. 엘러리 퀸이라는 유명한 추리 역사에 남을만한 작가의 작품이라서 기대가 아주 컸었다. 그렇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이 책은 내게 있어서 끔찍한 책으로 밖에 기억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날 뉴욕의 증권거래소의 사장이 주변의 인물들과 함께 창문과 문이 닫혀진 전차안에서 살해 당한다. 여느 다른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경찰은 당연히!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탐정의 도움을 청하고 여기서도 흥미로운 성격의 탐정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드루리 레인이라는, 나이는 예순 정도 되었지만 연극배우 출신의 미남 탐정이다. 여기까지 이 작품은 아주 추리 소설의 기본에 충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드루리 레인은 찾아온 경감과 검사의 말을 듣고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고 자신은 범인을 알 고 있다고 말한다. 책의 첫머리부터 탐정은 범인을 알고 있다고 한 것은 책의 긴장감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결국 사건은 해결되고 범인은 잡히지만 그 도중에서 두 사람이 더 죽는다. 탐정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결코 알지 못하고 오히려 시체를 발견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추리소설에서도 그런식이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는데, 이쯤되면 추리소설을 왠만큼 읽은 독자라면 정말 지겨워 질 정도로 기본에만 충실하여 독자를 놀래킬만한 어떤 특별한 트릭을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의외의 사람이 결국 범인이 된다는 트릭까지도 기본 추리소설의 원칙에 충실했는데, 그 의외의 사람조차도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드루리 레인의 말을 들으면서 너무 '오버'하여 의외의 범인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그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도 독자에겐 전혀 힌트를 주지 않고 탐정의 머리속에서만 고안되는 부분도 상당히 불쾌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는 내내 이해할 수 없던 부분 중의 하나는, 드루리 레인은 청각장애자 이었는데 독순술으로 사람들의 말을 읽는다.

처음에 작가는 한 사람씩 말해달라는 드루리 레인의 청을 넣음으로서 한 번에 한 사람의 말 밖에 들을 수 없다는 것을 하나의 장치로 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규칙도 마음대로 어겨지고 사람들은 소리를 치고, 동시에 말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재빨리 말을 해나간다. 그런데도, 그 위대한 탐정 드루리 레인은 모든 말들을 다 알아듣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우연히 읽게 되었지만 정말 시간이 아까운 책이었고, 재미도 없었고 별로 고급스러움을 느끼지도 못했던 책이다. 꼭 읽는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어지간하면 이 소설은 뛰어넘고서라도 세상에는 읽을 책이 많다고는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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