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탄생 문학동네 청소년 11
김진나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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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제목이다. 모모의 탄생 류의 책이 제법 있지만 소설의 제목으로 괜찮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의 느낌은, 재미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일정한 자극이 된 작품이다.

호오를 가린다면 호.

발상도 나름 참신하고,

쉽지 않은 전문용어가 섞인 공들인 문장도 의외로 빨리 읽히고

세부묘사도 실감나고

끝까지 뒤가 궁금해지고

시종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힘.

 

그런데

그런데 문득 안갯속처럼 막연해졌다. 책을 읽으면 30분 안에 대개 판단을 내리는데 이 경우엔 하루쯤 지나서야 안개가 걷히고 윤곽이 잡혔다.

 

사랑받지 못한 한 소녀를 위무하다. 이 작품은 그렇게 쓰여졌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도둑은 트릭이다.

 

그런데 도둑이라니. 왜 도둑을 내세웠을까.

이 지점에서 작가는 발을 잘못 내디뎠다.

한마디로 판을 너무 크게 벌였다.

그걸 디테일만으로 메우기엔 아득한 노릇 아니겠는가.

작가의 디테일 능력과 힘있게 끌어가는 이야기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크게 벌인 판을 수습할 방안은 미처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작품이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긴 시리즈의 시작이라면  충분히 기회가 있겠지만

달랑 단행본 하나로 끝난다면 대략난감 아니겠는가.

게다가 도둑이라는 설정의 의미도 적합하게 구현하지 못했다.

 

 

몇가지 내적인 문제들.

주인공 로보는 아직 도둑이 아니다. 도둑이 되지 못햇다. 아직 한 번도 훔쳐본 적이 없다. 도둑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을 뿐. 그러므로 도둑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진짜 도둑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못햇던 것.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것. 완성을 하려면 작가는 작품을 더 써야 한다. 더 길게. 아주 아주 길게.

 

왜 도둑인가. 도둑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을 갖춘 언니의 것을 훔치지 않으면 자기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훔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이건 억지다. 어쨌든 작가의 의도에 동의한다 해도 굳이 도둑이라 해야 했을까. 비설당의 도둑과 현실의 좀도둑은 전혀 차원이 다른 행위를 하는 존재인 것을. 우리가 익히 아는 도둑과 비설달의 그들은 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들은 도둑이라기보단 신선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그들의 수업은 수련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내적 동기와 실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있다. 그것을 메우지 않고 건너뛰어 작가의 의도는 '주장'에 그치고 있다. 설득력의 문제. 이야기에 빠져 있으면 눈치채기 어렵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보이는 법.

 

언니는 주인공의 또다른 자아인가. 이런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렇다면 도둑은 어불성설.

언니를 사랑하고 질투해서 도둑이 된다?  애증의 해결책인가.

<베토벤의 머리카락> 같은 에피소드는 필요햇는가.

순정만롸 주인공 같은 수후는 왜 하필 주인공에게 나타났을까.

그의 역할은 설득력 있는가.

 

생각해 보면 의문은 많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싫지 않다.

확실한 것 하나, 작가는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이 있다는 것.

근데 이 책 왜 이렇게 안 팔리는 거야!

설마 독자들이 이 작품의 약점들을 다 간파해 버렸을라...

 

어찌됐든 나는 이 작가가 계속 달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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