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거라, 네 슬픔아
신경숙 지음, 구본창 사진 / 현대문학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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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산문,

특유의 문체로 전해지는 그녀의 따듯하고 깊은 생각들

<새> 어머니 무덤 근처에서 새를 보며 어머니인가? 라고 떠올리는 마음에서 부모를 그리워하고 애잔에하는 우리 모습이 겹쳐졌다.

<할머니들>에서는 나도 결국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처럼 할머니가 될터인데, 혼자 외롭게 지내다 누군가 찾아오면 반가움에 두서없이 이말이고 저말이고 하다 그들이 떠나간다고 하면 슬픈 마음을 억누르며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하나 꺼내 가는 길에 음료수나 마시라고 할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시간의 덧없음과 그 시간 속에서 생각 없이 살다 문득문득 끝을 기약해보는 우리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함이 두려움을 이기는 시간"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어둔 밤 혼자 밖에 있는 화장실로 갈 때 곁에 다가와준 멍멍이와의 시간을 그렇게 표현했다. "따듯함이 두려움을 이기는 시간"

그녀의 문장은 이어져있다. 어느 순간 멀리 도약하지도 않고 바둑을 두듯 의미를 알 수 없는 포석으로부터 시작해 이윽고 상대를 이기는 형태를 갖지도 않는다. 그냥 한걸음 한걸음씩 뚜벅거리며 걷다 보면 집에 도착해있는 발걸음을 닮았다. 전동 킥보드나 나인봇같은 것들이 우리 일상이 돼 가는 시기에도 여전히 그녀의 글이 그리운 이유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것이고 그녀도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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