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
박철화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천년을 산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 라는 제목의 과장법을 알면서도 또한 그 제목에 끌려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좀 실망스럽습니다. 누군가 공들여 쓴 작품을 폄하시키는 것에 대해, 먼저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실망이 단순한 감정적 이끌림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여러 작품들의 느낌이 생각났습니다 헤밍웨이의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주인공들처럼 그저 쾌락의 한때를 한무리의 젊은이들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한편 시대와 정체성 찾기에 골몰하는 치열한 젊음의 모습에서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에서의 상처받은 인물이 겹쳐졌습니다 그렇지만 사치와 쾌락의 한때를 보내기엔 이들은 너무 진지하고 치열하게 바닥을 보일 때까지 좌절하지 않는 이들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하라는 주인공, 아버지의 부재와 80년대의 암울한 대학의 풍경 에서 글쓰기라는 삶의 대안을 거부하고 자폐증적인 폐쇄 심리를 보이는 그의 모습이 그다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유감스럽습니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의 긍정적 변화도 설득력있거나 감동적이지 못했구요

시간과 인물과 장소가 뒤엉킨 이 소설이 진정 300페이지가 넘는 장편으로 묶여졌어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차라리 압축해서 전달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요?

<이제 내게는 새롭게 펼칠 시간들이 깨끗하게 바람이 쓸고 지나간 모래언덕처럼 남아 있다. 없는 길을 찾아서 길 위에다 마음의 발자국으로 말을 적으며 나는 떠날 것이다. 모든 언덕을 향해. 그래서 떠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게 주어질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 주인공은 윤동주의 서시처럼 순결한 결심을 하고 희망에 부풀지만 책을 덮는 저는 뭔가 아쉬움이 자꾸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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