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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의 저항
이인성 지음 / 열림원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소설이라는 장르가 번성한 지 몇 백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위기에 소멸까지 운운하고 사람들의 눈과 귀는 온통 칼라풀한 화면 앞으로 모아져 있는 이때, 그럼에도 소설이라는 장르가 있어야겠느냐고, 아니 꼭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인성의 산문집은 어느 부분에서는 진지한 비장감마저도 띄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집은 거의 읽고 좋아하는 독자로서 그의 산문집을 읽는 경험은 그의 소설의 비밀을 약간씩 찾아내는 재미도 컸다고 고백하고 싶다 그의 소설들은 대개 실험적이고 어렵다고 인식되어 '소수의 독자'들만을 이루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 소수의 독자이기를 자처하는 데에는 귀족주의적 우월감 같은 것에서가 아니라 단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 진리라고 단선적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세상살이를 그 자체로 집요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표현대로 작가란 눌변가 이지만 그것을 극단으로까지 밀고나갈 때 거기에서 달변의 달콤한 유혹에 맞설 저항의 싹이 솟아나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