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생직장이 사라졌고, 자동으로 승진해서 금시계를 받으며 은퇴하는 일도 없어졌다. 비즈니스 구루들은 회사원들에게
‘누가 내 치즈를 훔쳐갔을까‘를 걱정할 게 아니라 이 ‘대혼란의 흐름을 어떻게 타야 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직업 경력을 설계할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몸만은 통제할 수 있을 터였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 그리고 우리의 근육 에너지가 소비되는 방식 말이다. 피트니스 산업의 개척자인 짐 픽스Jim Fixx는 《달리기에 관한 모든 것.
Complete Book of Running》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사회와 정부, 결혼, 교회를 비롯한 많은 것들에 대한 믿음을 잃은 뒤,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게 된 것 같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믿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자기 견습생이 한 말도 인용한다. 달리기는 내 삶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줘요." 운동을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중대한 불의와 관련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적어도 나 혼자서, 혹은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레그 프레스 머신leg press machine의 무게를 20파운드 올리겠다고, 몇 주 안에그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한때는 내게 너무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던 헬스클럽이 이제는 내가 확실하게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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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운동할 수 있는 각종 공간이 동시에 여러 곳 오픈했다... 뭔가 이상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였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자기 몸을 건강히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게 작용한 탓으로 봐야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또한 위 인용문에는 없지만, 경제가 장기 침체되고 미래사회에 대한 안정감을 보장받을 수 없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정치적인 데에 관심을 끄고 개인 단위의 비교적 작은 부분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됐다고도 하였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연대하여 힘을 발휘하는 것보다 작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위안을 하는 것이다. 씁쓸한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