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우리는 부모님 세대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다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얼마를 버느냐는 더 이상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얼마를 벌든, 직업이 무엇이든 계획하고 소비하는 자유를 박탈당한 채, 어제의 욕망이 저질러 놓은 배설물을 오늘내일까지 치워야 하는 가불 인생을 살고 있다.
추상적 의미의 ‘큰돈‘ 이 생기면 일단 자신감이 생겨 그동안 눌러 온 소비 욕구를 분출하게 된다. 그만큼 충동적으로 쉽게 써버릴 수있다.
당장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보다 내게 필요한 것이 뭐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뭐지, 나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 주는 게 뭐지,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당장 주머니가 비어 있어도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의 마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물건들을 사들인다. 월급날의 풍경도 전과 많이 달라졌다. 미리 당겨서 써버리고 매월 월급을 받아 갚아 나가는 가불 시스템에 갇혀 버렸다.
카드를 쓰면 쓸수록 혜택이 많아진다고 광고하지만 현실은 저이다. 쓰지 않으면 혜택도 없다. 게다가 혜택을 많이 받으려면 최대한많이 써야 한다. 카드 알뜰 사용족을 자처하며 똑똑한 카드 사용법을 연구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도 소비자가 카드 회사를 이길 수는 없다.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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