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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최고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최고운 지음
- 짱구를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울라울라, 초코비, 엉덩이 춤에 집착하는 남자애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책 표지를 보니 짱구를 소재로 “삐딱한 인생 기술”을 전하다니 어떤 내용일까, 정말 삐딱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짱구의 에피소드, 그에 관련된 지은이의 경험, 기억, 감정들로 구성된다. 모든 텍스트는 수신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듯이 짱구의 에피소드에서 지은이만의 맥락이 드러나는데, 조심스럽게 따뜻하다.
지은이의 경험과 기억을 담지만 항상 그 경험 속 상대방의 입장과 그걸 뒤늦게 깨달았던 지금의 나를 담는다. 어쩔 수 없이 실패하지만 따뜻하려고 노력하는 어른이 담겨있다. 삐딱하게 딴지를 걸더라도 그 삐딱함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곱씹으며 이불을 뻥뻥 차는 어른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따뜻하다.
짱구보다 나이가 많은 나라는 건, 그만큼의 실패를 수없이 경험해온 나라는 뜻일 것이다. 일과 직업과 관계의 수많은 실패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어른이라는 뜻이다. 실패의 무게로 침잠하거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해 아닌 척할 때, 혹은 실패를 그냥 잊어버리고 싶을 때 이 책을 권한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을 언제 읽어야할지 더 명확해진다. 중간에 툭툭 꺼내봐도 괜찮다. 내 마음이 이런데, 지은이는 그럴 때 어떻게 했을까라는 심정으로 목차를 살펴보다 눈에 걸리는 페이지로 가도 좋다. 조심스럽게 따뜻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주 조심스럽게 담겨있다.
문장 사이사이에 생략된 많은 문장과 감정이 당신에게 분명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상처를 완벽하게 치료하거나 흉터를 없애지는 못해도 응급처치가 필요하거나 상처를 살짝 덮고 싶을 때, 내 마음의 밴드가 되어줄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