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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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해를 책과 함께 시작하는건 아주 좋은 아이디어 였던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리뷰 제안을 받고 책을 받을때까지만 해도 솔직하게는 그저 그런 편집서이려니 했다. 저자가 투자계에서 이름난 구루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 같은 거창한 타이틀이 있는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투자서를 많이 읽다보니 오히려 책을 읽는 범위를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유사한 내용의 반복을 각기 다른 저자의 목소리로 듣느니 차라리 피터린치 같은 투자계의 현인들 책을 반복해서 읽는게 낫겠단 생각. 그런데 이 책, '돈의 심리학'을 읽고선 괜한 자만심을 버리자고 생각했다. 여러 책을 읽는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것 같다는 결론.


요 근래 읽어본 책중에 가장 좋았고, 신선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내용만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방식이 정말 달랐다. 본인의 이야기와 구루들의 잠언들을 배치하는 방식까지는 다를게 없는게, 그 구성이 특이하고 유려했다. (이부분에선 역자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겠다. 이건 선생님과 비견될만큼 군더더기 하나없이 잘 읽히는 훌륭한 번역이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여러 투자 철학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특히 그렇게 알려진 투자철학은 서로 상반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부분.


나는 여러분에게 투자 대상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전통적인 조언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대상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명예훈장처럼 생각한다. 그게 이성적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내 전략이나 내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어서 형편이 안 좋을 때 해당 전략이나 주식을 쉽게 포기해버린다면, 겉으로는 이성적으로 보이는 성향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말을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조언으로 보면 그저 포춘 쿠키에 적힌 글씨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인내심을 주는 말로 본다면 어떨까. 인내심은 성공 확률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옮겨오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모든 금융 전략에서 '좋아하는 투자를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함을 깨닥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어느 기업을 열렬히 좋아해서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돈을 잃고 있거나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과 같은, 틀림없이 오게 될 나쁜 시절이 왔을때에도 덜 예민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뭔가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을때는 뭔가 후련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손절매를 정말 못하기도 하지만, 알려진 여러 밸류에이션 공식을 이용해서 싸다고 판단되어진 종목들이 하락할때는 공식처럼 견디는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얘들은 죄다 아이폰만 쓴다, 학교에서도 여자얘들은 죄다 아이폰' 이라는 내러티브에 주저하면서 샀던 애플은, 지난 코로나 하락장에서도 '팔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조금도 생기질 않았다. 매일 매일 들여다보는 Youtube때문에 샀던 알파벳도, 코로나로 세상이 어려워져도 반도체는 여전히 필요할거란 생각으로 들고 있던 삼성전자도. 이 회사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종목들처럼 이리 저리 매도를 저울질했겠지. 그런 면에서 저자가 이야기 한 것 처럼 '인내심'을 가질려면 어느정도는 종목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비슷한 이야기지만, 책이나 구루들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르지 말라고도 조언한다. 대표적으로 '현명한 투자자'도 벤저민 그레이엄 생전에 4번이나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마다 그의 공식은 변경되었단다. 책에 인용된 벤저민 그레이엄 생전의 인터뷰로 확인.


죽기 직전에 그레이엄은 개별 주식에 대한 상세한 분석 전략을 여전히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아닙니다. 더 이상 우월한 가치 기회를 찾기 위해 힘든 증권 분석 기법들을 사용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우리 책이 처음 출판되었던 40년 전이었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상황이 많이 변했으니까요."


알려진 유명 투자자들 중에도 여전히 그레이엄식의 NCAV 주식에만 투자할것을 권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런데 정작 벤저민 그레이엄은 생전에 '시대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니 자신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는것은 무리가 있다'는 인터뷰를 했다는걸 알게되면 그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더불어 완전히 좋기만 한것도 없다. 중요한 투자 철학은 배워야 겠지만 방법론이나 공식을 따라하는것으로 편안함에 안주하면 안된다.


이 부분은 나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것 같다. 좋아보이는 종목인데 공식에 대입해보면 너무 비싸서 매수를 망설이던... 그리고 그 종목은 얼마후 날라가고. 어찌 보면 결국 결과론이겠다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이 일찍 출간되어 내가 읽었다면 아마 조금 더 편하게 '유연함'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을까?


좋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마지막으로 저자의 '버블'에 대한 시각도 인용해볼만 하다. 저자는 주식시장의 버블은 점점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로 주식이 옮겨가는 현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으로 주식을 분석하는 사람들의 눈으로는 절대 살수 없는 가격에 주식들이 놓이게 되고, 그렇게 올라가는 주식을 '이해할수 없다'고만 하게 된다는. 단기 투자자나 트레이더 들에게는 오늘 매수해서 짧은 시간내에 이익을 보고 매도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중요한것은 며칠후 혹은 심지어 오늘안에라도 이 주식을 샀다가 팔아서 이익을 볼수 있느냐 만을 살피게 된다. 이제 현재의 주식 가격은 더이상 중요치 않게 된다. 정말 중요한것은 방향성. 현재 오르고 있느냐 혹은 내리고 있느냐. 그것은 그것대로 그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장기투자를 해야 좋은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이해되어 지지 않을 행동. 하지만 그게 바로 주식시장이라고.


이들 투자자에 대해 할 말은 많다. 투기꾼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비이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거품이 형성되는 것은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장기투자에 참여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자라고 있는 모멘텀을 붙잡기 위해 사람들이 단기거래 쪽으로 움직이는, 어느 정도 이성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윤을 좇는다. 단기거래자들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장기투자를 지배하는 규칙들(특히 밸류에이션 관련)은 무시된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태는 흥미로워지고 문제도 발생한다.


서로 다른 게임의 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된다고 한다. 지금 장세가 그들(모멘텀/단기투자자들)의 장세여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 그저 조용히 물러나 있으면 된다. 혹은 본인이 파도타기에 능숙한 투자자라면 그런 거침없는 파도에 몸을 맡겨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터. 중요한것은 스스로가 어떤 게임에 익숙한 사람인지를 파악하면 된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꽤나 오랜 세월이 걸렸다. 여기서 알아야 할 건 다음과 같다. 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설득당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알면 놀랄 정도다.


이부분은 책의 Story 16 부분이다.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난다면 우선 16장 부터 읽어보길 추천.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의 주식시장도 버블의 초입인것 같은데, 그렇기에 이 부분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것 같다.


제목은 너무 흔한데, 내용은 너무 좋은 책이다. 좀더 유니크하고 임팩트 있는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걱정도. 당장 검색해보니 같은 제목의 책이 이 책 말고도 두권이나 있던데. 2021년의 독서생활을 이 책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시작한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 서점에서 저자인 '모건 하우절'을 신간알리미 등록을 해두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긴 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정말 좋은 책입니다. 새해를 맞아 이 책으로 투자 생활을 시작하면 어떨까 합니다. 추천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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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1 2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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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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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자무시‘라는 저자는 사람이름이 아니라 일본의 기획/편집 집단이라고. 감수자는 일본 입시학원 강사. 게다가 교토는 천년 고도라고 해놓고 한국의 도시는 쏙 빼놓음. 일본책의 특징답게 깊이가 없는 겉핥기식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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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ebook으로 이전 판본도 읽었고, 이건샘의 요약본도 읽었는데... 이번에 새로 읽은 개정4판은 또 왜 이렇게 새로운 건지.

물론 '미스터마켓' 이라던가 '안전마진' 등등 벤저민 그레이엄의 시그니처 워딩이 있기에 낯선것은 아닌데, 뭔가 모르던 책을 새로 읽는 기분이었다.

부록 까지 있던 마지막 페이지를 모두 읽고 나니 생각보다 짧은 느낌이다. 원래는 두껍디 두꺼운 벽돌책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좀 얇아졌다. 검색을 해서 살펴보니 김수진 번역가의 이전 판과 페이지수가 꽤 차이난다. 뭘까 궁금.

그렇다고는 해도, 믿고 보는 이건 샘의 번역은 그냥 국내 작가의 책을 읽는것 처럼 매끄럽다. 흔히 번역서를 읽다 맞닥뜨리게 되는 '으잉? 뭔소리지?'하는 문구가 1도 없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번역품질에 감탄하며 읽다 보니 '아 이건 선생님이 은퇴하시면 그땐 외국 투자서를 어떻게 읽나?' 하는 때 이른 걱정이 들 정도였다. 진심.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다시 읽으면서, 내가 벤저민 그레이엄을 꽤 오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동안 벤저민 그레이엄이 순유동자산가치 이하에서만 투자 대상을 고르라고 하는, 고지식한 PBR 플레이만을 주장하는 편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선가 그에게선 배울만한 투자철학이 많지만, FANG이나 MAGA로 대표되는 기업들이 전고점을 뚫고 또 뚫는 요즘의 주식시장에서는 적용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신과함께에 이 책을 가지고 출연했던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대표도 요즘엔 NCAV이하에서 거래되는 우량주를 찾는것은 쉽지 않다고 인정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철학은 그런식으로 규정지어질 것은 아닌것 같다.

그레이엄이 투자를 하던 당시에는 요즘처럼 플랫폼 기업이라던가, 무형자산에 기반하여 막대한 이익을 내는 기업이 없었다. 그렇기에 당시에는 고성장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끊임없는 유형자산에의 투자가 병행되어야 성장을 지속할수 있었을 테고, 그러한 과도한 설비투자는 부메랑처럼 승자의 저주가 되어 성장성을 갉아먹는 결과가 되기 쉬웠다.

반면, 최근의 나스닥 시총 상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설비투자에의 부담이 적다. 플랫폼 업체의 설비투자라고는 데이터센터의 하드웨어 투자 정도가 전부이다. 그나마도 이제는 클라우드 환경이 일반화 되면서 부담이 훨씬 적어졌다. 사업의 부침에 따라 얼마든지 설비 규모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것이 손쉽다. 무역장벽에 막히는 일도 거의 없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중국처럼 극히 일부의 공산국가를 제외하면 거의 제한없이 실시간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최근에야 디지털세라고 해서 과세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기하급수적 매출 성장에 비해 각국의 장벽도, 국가별 과세에 대한 부담도 적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오히려 이러한 움직임은 더 가속화 되는중이기도 하고.

하지만 만약 벤저민 그레이엄이 투자자로서 현존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레이엄은 성장주 투자의 속성과 위험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조언을 한다. 아마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맞으며, 그가 주창하던 안전마진의 개념은 '유형자산 청산가치대비 저렴한 가격' 이라는 쪽에서 '시장의 장악력과 확장성 대비 저렴한 주식의 가격' 으로 자연스럽게 스핀오프 하지 않았을지. 그의 수제자 워런버핏이 애플과 아마존에 투자를 한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가 된다.

서점에는 '투자의 바이블'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 많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투자 성서의 자리는 이책 '현명한 투자자 개정 4판'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할것 같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솔직히 이 책 한권만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어느정도 성과를 내는 투자는 가능할거란 생각이다. 그만큼 필요한 모든 내용이 책속에 가득하다. 물론 수치적인 측면에서의 예시 라던가 하는건 어쩔수 없이 고리타분한 냄새를 피할수 없지만, 그런 부분만 인정한다면 이 책이 '투자의 바이블'로 인정받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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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식 현금주의 투자 전략 - 글로벌 명품 기업 톱10으로 검증한
장홍래 지음 / 에프엔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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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건들이 있다. 바로 분식회계 사건. 당장 기억나는 건으로는 몇년 전 대우조선해양이 그랬고, 해외로 눈을 돌리면 불과 얼마전 터져나온 스타벅스 커피의 대항마라고 추앙받던 중국의 루이싱 커피 사건이 있다. 다행이도 대우조선해양은 살아남았지만, 루이싱 커피는 회계부정을 사유로 미국 시장에서 퇴출을 통보받았다고. 이런 사례를 피하기 위한 저자의 비법은 간결 명료하다.

이익은 의견이고 현금은 실제이다.

장부상으로 기록되는 수치상의 이익을 믿으면 안된다고. 회계 규정상 실제로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를 (의견으로) 기록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결국 기업의 가치는 이익이 실제로 현금이 되어 회사의 통장에 입금되는지가 결정한다고 한다. 따라서 기존의 순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PER 같은 수치보다는 CCR 같은 수치를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고 한다. 좋은 기업은 순이익과 영업현금흐름 혹은 잉여현금흐름이 같은 추세를 보이게 되고 이는 또한 기업의 주가와 흐름을 같이 한다고 한다. 실제 그래프로 삼성전자를 위시한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일부 경쟁사들을 보여주는데, 신기하게 들어맞는다. 결과론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현금흐름의 성장과 주가는 추세를 같이 한다.

책에는 중요한 수치로 두가지를 제시한다. CCR(cash conversion ratio)과 CCC(현금전환일수). 책은 앞부분에 왜 두개의 수치가 중요한지를 서술하고, 이어서 글로벌 명품 기업 10여개를 이 수치에 기반하여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분석되어 매우 유용했고, 이런 방법을 이용해서 현재 높은 비중으로 투자중인 국내주식중 한 종목도 따라서 분석을 해보았다. (그 기업은 CCR이나 CCC는 좋았는데, 책에서 보조적인 지표라고 설명해놓은 무형자산총비율이 너무 높았다. 최근 인수합병을 하면서 그렇게 된것인데... 하여간 이런것을 알게 된것도 독서가 주는 잇점이 될듯. 개인적으로는 인수후 사업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체크만 하고 넘어가는 걸로.)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투자를 하기 전에는 습관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의 추이(CCR)를 보곤 했다. 당장 주가의 흐름은 답답하더라도 해당 기업이 일을 해서 통장에 현금을 쌓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불안이 어느정도는 가시고 믿음이 가는 편이었던것 같다. 물론 아쉬운 것은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분석중 패스한 기업들이 후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한다거나 하는 이슈로 날라갈때. 부러움과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다고 마음을 다독이는 편. 모든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건 아니니까. 

반면 현금잠김일수 혹은 전환일수가 중요하다는 것은 과거 가투소의 어떤 글을 읽으면서도 듣긴 했었는데, 의외로 이 수치는 계산도 복잡하고 번거로웠던 기억이 있다. 제조업이라면 특히나 더 중요한 수치가 될텐데 이 부분은 여전히 잘 손이 가지 않는 수치이다. 하지만 이 수치역시 잘 활용하면 좋은 기업을 믿고 투자하는데 중요한 필터링 요소가 될 수 있단다. 

CCC(현금전환일수)가 마이너스인 기업은 타인자본을 자기자본처럼 사용 가능한 플로트를 가지고 사업하는 것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요청에 따라 팀 쿡이 재고 관리 책임자로 부임한 이후 엄격한 관리를 통해 CCC를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현금과 재무안정성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 분석을 예로 추정해보면, 애플은 TSMC를 비롯한 부품업체들에게 오더를 내리고, 이를 다시 팍스콘 같은 조립기업에게 보내 완성품을 만든다.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이 대금이 입금되면 그제서야 하청업체들에게 지불하는 구조. 말 그대로 왕서방 물장사 하는 식이다. 자신은 유형자산을 거의 보유하지 않은채, 브랜드와 설계기술등의 무형적 경쟁력으로 장사를 한다. 그렇게 최고 기업이 되었고, 엊그제 애플은 다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은편. 게다가 실제로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을 하는 내용이 있어서 아주 잘 읽힌다. 국내 저자의 책이 이래서 좋다. 아무래도 번역서는 역자의 번역 품질에 따라서 고통스러운 경우가 꽤 되고, 언급된 사례도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주장이 간결하고 현실적이어서 실제 기업분석에 이용해볼 생각을 하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듯.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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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불만 영문법 - 초보의 심정을 모르는 기존 영문법 책들에 대한 불만 46가지
장지현 지음 / 성안당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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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시절 그냥 '닥치고 외우는' 식의 영어공부에 질린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봐도 좋을것 같다. 언어라는게 보통은 '왜?' 보다는 일단 달달 외우는게 어떤면에서보면 마음 편한 방식이겠지만, 반대로 그렇게 접근해서는 오래도록 재미있게 공부하는것이 쉽지 않은게 당연하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 책은 오래도록 공부를 했지만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포기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책이다. 


이 책은 원래 새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아내를 위해서 주문했던 책이다. 그동안 아내의 영어공부를 돕기위해 이 책까지 세권의 책을 권해주었지만, 우연찮게도 아내는 딱 이 책만 두번세번 끝까지 정독을 했다. 그리고 그런 결과에 대해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변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것과 어느정도는 일치했다. '닥치고 외우는 방식이 아니어서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 


그러니, 이제 오랜동안 '영어'라는 벽에 걸려 힘들어 했던 분들, 이제 이 책으로 다시 시작해보심이 어떨지. 물론 이 책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갑자기 말문이 트이고 일취월장 할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영어공부라는 긴 여정의 첫 발걸음은 성공적으로 다시 내딛게 되었다는것을 느끼게 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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