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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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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정(習靜), 고요함을 익힌다.
 
참 제목을 잘 지은 책이다. 이 책은 총 네 장의 구성으로 이뤄져있는데, '마음', '학문', '세간의 시비', '흥망성쇠'에 대한 옛 문헌들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깊은 내용임에도 나름 쉽게 잘 읽힌 것 같다. 듣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직접 대입해보면 모르는 듯 행동해온 것들이 많이 있었기에 자신을 돌아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각 장들에는 사자성어들이 실려있다. 각 성어들을 읽고 있다보면 정말이지 부끄러움이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나 3장에서는 세간의 시비에 대한 자세가 나오는데, 이는 크고 작은 모든 집단에서 인간으로서의 덕목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더욱이 깊이 새겨야 할 자세임을 느꼈다. 특히나 최근 같은 여러 문제에 봉착한 시국에서는 모두가 정민 교수님의 신보, <습정>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을 기회가 필요할 것 같다.

 

거짓 뉴스, 가짜 뉴스, 그리고 각 메스컴에서의 자극적인 보도에 따라 속이 시끄러울 수 있다. 더불어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서로를 극단으로 몰아 삿대질하며 질타하는 것은 일상일 정도로 이미 그러한 분위기는 익숙해져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의 것은 온데 간데 없고 남들의 목소리로만 나의 뇌리가 가득차 있는 느낌이 든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요함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기술이 아니다. 수도 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갈고 닦아야만 비로소 내실이 가득차 주변의 유혹과 소음에서 나 자신의 주관을 뚜렷히 지킬 수 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이야기만 하기 바쁜 이 시기에 책 한 권을 통해 마음을 추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오랜만에 나온 정민 작가님의 신보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좋은 기회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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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 진실한 삶을 위한 실존주의적 처방
고든 마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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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유일무이한 방법은 이 세상을 버리는 것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표면적으로 다가오기에 "잘 살기 위해서 이 세상을 버리라"는 말은 외톨이가 되라는 말로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 문장 속에는 실증주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바로 키르케고르는 인간의 본능, 비교강박에서 벗어나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비교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함은 실재와 현상을 구분해야한다는 저의를 담고도 있다.

니체, 키르케고르, 도스토옙스키 등 유럽의 여러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를 지향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 학파 또한 비슷한 류의 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서양철학 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에서도 나타나는데, 예컨대 '윤회'로 대표되는 불교의 사상과 <도덕경>에서 노자가 역설한 "유무상생, 유무상통"과 같은 말들이 서양의 실존주의와 그 맥락을 함께 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게 됐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아마도 우연적 현상에 대한 탐착은 탐욕을 이끌어 냈을 것이고 그것이 인간의 비교강박을 내재시키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인간의 내면 속 강박은 우울과 불안으로 연결됐을 것이 분명함을 확신하게 된다.

이 책의 작가 고든 마리노는 위와 같은 인간의 불안, 우울의 근원과 그것의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키르케고르의 실존주의 철학과 큰 범주로의 분석철학을 인간의 정서와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어봐도 직접적으로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심리를 설명하는 책은 드물었다. 그래서 심리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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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고 싶은 음성인식 AI의 미래 - PC, 스마트폰을 잇는 최후의 컴퓨터
제임스 블라호스 지음, 박진서 옮김, 장준혁 감수 / 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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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제임스 블라호스는 책을 집필하면서 AI 기업, 예를 들어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의 프로그래머들을 직접 만나고 AI의 역사와 발전 과정에서의 여러 요소들을 취재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음성인식 AI는 어떻게 인간의 생활과 경제적, 사회적 측면의 모습들을 바꿔나갈지를 재밌고, 쉽게 풀어냈다. 책을 덮은 뒤에 드는 생각은 이미 우리들의 생활에 전반적으로 자리잡은 음성인식 AI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들은 물론 그것의 발전 과정이 10년 전부터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되어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봉착했을 위기와 그것들을 결국적으로 어떻게 모면해나갔는지에 대한 기술도 함께 이루어진 책이라 점점 더 삶에 비중이 높아질 AI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기에 매우 좋은 책인 것 같다. 기업들의 경쟁-기술적 혁신-삶에 끼친 전반적 혁명, 이 3단계의 책 구성을 통해 우리가 현재 가장 가까이 몸에 지니고 함께 의견을 소통하기까지 하는 전자 비서가 어떠한 플랫폼을 통해 우리 옆으로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직 AI라는 개념은 우리의 삶에 매우 가까이 있지만 개개인의 인지는 그다지 깊은 이해를 하고 있지 못 한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여러 첨단 기술은 이미 크고 작게 사용되고 있고 점점 더 심화될 기술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AI를 마냥 공상과학적인 측면에서 쓴 책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일상으로 맞이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때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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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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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채의 2020 첫 번째 소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에서는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헬렌이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생의 갑작스러운 자살이 과연 무엇에 영향을 받은 선택인 것인지에 대한 추리를 시작하는 내용이 주된 플롯으로 담겨 있습니다.

 

동생과 헬렌 모두 생물학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어린 시절 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미국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양부모에게 여러 핍박을 받으며 각자 타인들에 비해 보수적이고도 본능적으로 외로운 삶을 지향하는 태도가 생기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 헬렌은 양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기 위해 뉴욕행을 결심하게 되고 뉴욕에 정착하면서부터는 가족들과의 연락이 거의 끊기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갑작스레 들려온 동생의 죽음에 대한 소식에 헬렌이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과 더불어 끊임없는 자신만의 철학적 물음들이었습니다.

 

떨어져서 산지 꽤나 오래되었으나 간간히 동생을 맞이할 때 봐왔던 동생의 얼굴 표정, 분위기, 공기는 자살 소식과 너무 상이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헬렌은 동생이 몸담고 있던 양부모의 집으로 찾아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려는 시도를 합니다. 연락이 거의 끊기고 난 뒤에 오랜만에 찾아갔음에도 미적지근한 양부모의 반응, 그토록 동생이 원치 않았던 가톨릭 방식의 장례, 전반적인 분위기, 친인척들의 태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헬렌으로 하여금 동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의 단서들을 통해 비록 자신이 원하는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하나 동생이 남긴 자취들을 통해 동생이 어떠한 삶을 살고자 하였는지, 그 결과로서 주변인들에게는 갑작스러웠던 그의 자실이 자기 자신에게는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는지를 찾아가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사실 책의 제목이 매우 유하고 유명한 디자이너가 제작한 책의 표지가 풍기는 고풍스러운 느낌때문에 자조적이고 사색적인 내용을 담은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러나 표지를 넘기자마자 전개되는 극단적인 내용들과 주인공의 자극적인 독백들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고 추리 과정에서 읽는이마저 궁금증을 유발하는 플롯을 통해 특이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결말 부에서는 240페이지 가량의 분량에서 주로 설명된 것과는 달리 매우 짧고도 철학적인 문답으로 내용이 끝나면서 많은 여운까지 주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의 디자인적 측면에서 표지와 속지의 색의 조화가 너무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는 있으나 표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삭막함 또한 느껴져서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다시 책의 외양적 측면을 보았을 때 더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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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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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이 종교에 대한 비판은 그것이 논리적이던 논리적이지 않던 간에 비판을 맞이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그들의 담화는 그것을 정면 돌파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종교란 모름지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그가 가지는 비논리성,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성으로 인한 모순들에 대하여 이들은 날 서고도 매우 논리적인 비판들을 담화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네 명의 철학자 모두가 동일한 의견을 피력하는 책이라면 단순하고도 획일적인 내용의 흐름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극단적인 의견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들은 간혹들어 보이긴 하지만 그 사이 사이 누군가는 항상 중심으로서의 무게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서로의 합이 잘 맞는 담화도 찾아보기 쉽지가 않다. 그들의 무신론에 대한 동의는 과학과 그것의 발전이 뒷받침한다. 종교적 권위자의 도그마, 즉 교리가 오로지 자신의 번뇌와 판단에 따라 모든 세상에 대한 법칙을 정하는 감정적 호소라면, 과학과 그것의 발전이 가져다 준 판단의 근거들은 매우 객관적이고도 이성적인 겸손한 것들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200페이지 가량의 담화문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이들의 대화에 나 자신이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무신론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에 따라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매우 상이할 것이지만 하나 분명한 점은 여태껏 누군가는 겁내거나 피하기만 했을 주제를 이토록 과감하게 헤집은 책은 없다는 것이다. 암묵적으로 각자 생각은 해 왔지만 여태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는 못 하였던 주제에 대해 이 네 명의 철학자들의 담화를 보고 용기를 얻을 계기를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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