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전작들을 생각해 명랑한 연애 소설이겠거니 하고 방심했다. 극복은 고난을 전제로 하기에 나는 그 주제를 반기지 않는다. 그것이 상실에 관한 것일 경우엔 더욱더.

한 사람이 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그것은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떠나는 건 어떨까? 헤어짐이 이별이 아니라 상실이라면. 뿌리째 뽑힌 나무처럼 커다란 구멍을 남겨두고, 뿌리에 엉킨 내 살마저 제 것인 듯 가져가 버리는 작별이라면

한때 상실을 다룬 작품들에 까닭 없이 몰두한 적이 있었다. 마치 침전되듯 서술자의 감정에 동화되어 누군가 이야기하는 상실의 아픔을 동경하듯 바라보았다.
작품이 아닌 현실에서 실제로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되었을 때, 누구에게나 그렇듯 상실은 예고 없이 찾아들었다. 그렇게 나의 일생은 아마도 영원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는 사실. 세상엔 결코 미화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어떤 슬픔은 농담처럼이 아니면 말 할 수 없다고.
사람이 태어날 땐 스스로 울지만, 세상을 떠나갈 땐 누군가 대신 울어준다. 울어야 한다. 눈물로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내 안의 공허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문득 그런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독서였다. 좋은지 싫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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