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역사 역사 명저 시리즈 12
찰스 바우텔 지음, 박광순 옮김 / 가람기획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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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를 살았던 영국인(문장학자인가?)이 작성한 흥미진진한 서양 무기발달사 개론이다.

선사 시대부터 작가가 살았던 '오늘날'까지 휙휙 스쳐지나가는 급행열차를 탄 것처럼 각 시대의 중요한 요소들을 무기발달사적 관점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무래도 이정도의 내용을 이정도의 분량으로 압축하다보니 영역이 일부 유럽으로 한정되는(보통 각 시대 강대국들)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대략적으로 살펴보는역사란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기존에 우리나라에 번역발매된 전쟁관련 서적들은 최소 2차세계대전 이후의 20세기 병기~최신병기를 다루거나, 혹은 전쟁사 자체를 다루거나, 혹은 전술/전략해설에 집중이 되어있지 이처럼 무기발달사를 심도있게 다룬 책이 없었다는것만 생각해도 이 책이 이쪽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좋은 선물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특징중 하나는 19세기에 태어나 19세기에 죽은 작가가 쓴 책이란 것이다. 따라서 그가 현재진행형으로 말하는 시대는 우리가 보기엔 100년 가까이나 지난 과거이므로 책에 몰입하다보면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느낌도 받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영제국의 일원으로 태어나 세계 최고 강대국인 조국과 그 군대를 기꺼워 하면서 쓴 이 책에서는 현장감이 느껴진다.

단점이라면 번역체가 상당히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무슨 문장을 번역한것인지 한번 보고싶은 경우가 꽤 많으니...한번은 '이게 대체 긍정이야 부정이야'란 의문이 들어 선배에게 우리말 통역의뢰를 한 적이 있는데...문법적으로 틀린 경우도 있었다. 한자어를 좀 줄이고 가벼운 문장으로 써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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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반지제왕 6 - 왕의 귀환 2
J.R.R. 톨킨 지음, 강영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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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이 세워둔 규칙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것이, 알파벳이 '미국식 영어의 글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먼저 쓰신분도 영어 발음 어쩌고 하셨는데 LOTR의 설정은 영어로 창작된 소설이 아니라 '미지의 언어를 톨킨이 영어로 번역한'물건입니다. 당연히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쓸 리가 전혀 없는것이죠.

굳이 말하자면 소설속의 프랑스인 이름을 표기할때 Dantes를 당테 내지 당떼 라고 표기해야지 단테스 라고 표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이에 따르면 파라미르, 사우론, 간달프 등등이 옳습니다. 영화속의 발음문제에 있어서는 배우들의 국적(라기 보다는 영어를 배운 과정)을 살펴보아 판단을 내려야 하겠죠(사실은 우리말로 표기가 애매하긴 합니다).

한편으로 '톨킨이 영어로 표기'한 부분은 번역해 주는것이 원칙이긴 합니다만, 이 원칙은 우리말 번역에 있어서는 가릴 필요가 있다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톨킨의 생전에 발매된 LOTR은 주로 유럽권의, 알파벳을 사용하는 국가들에서만 번역되었습니다. 그래서 톨킨이 세운 '번역원칙'도 알파벳 문화권에서는 통용될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우스운 꼴이 되어버린다는게 제 생각입니다(스트라이더-주남 이 대표적인 예겠죠).

예를 들어 'Arwen Evenstar'에서 '아르웬'은 번역불가한 요정어 그 자체이고, evenstar는 톨킨이 요정어를 번역해놓은 거죠(원어가 뭐였는지 까먹었네요). 누군가의 홈페이지에서 '아르웬 에벤스딸'이라는 기가막힌 표기를 보기도 했습니다만;;; 여튼 원칙에 의하면 '아르웬 저녁별 or 저녁별의 아르웬'이 되는데 전자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 절대로 이름이 될수가 없는 형태이고 후자는 마치 별명같죠...어느쪽이라 해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러한 원칙이 있다고는 해도 The one ring을 '하나반지'라고 번역하는것은 관사 the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을 드러내는 번역이겠죠.

황금가지 판이 이 원칙을 지킨다고 애를 썼고 일부 반지 매니아들도 '황가 최고~'를 외쳐주었지만 제가보기엔 오히려 어리둥절하게 만든것 같습니다. '중원'이니 '숲의 마님'이니 욕 많이 먹는 번역들이 많은데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그렇게 썼으며, 지지자도 많다는데 어쩌겠습니까(결국 이런쪽에서 말해지는 논리는 다른사람이 보면 궤변이 될수밖에 없으니...).
*'반지의 제왕'자체도 대단히 맘에 들지 않는 번역입니다. '제왕'이라는 잘 쓰지도 않는 단어에다가, 제목이 갖는 중의적 의미를 말아먹어 버렸으니까요.

여튼 말이 길어졌는데, 이 번역본은 지난세기 우리나라의 많은 허접 번역본들처럼 일어번역본을 재번역한 웃기지도 않는 책입니다. '주남'이 '일본에서 이렇게 번역했다더라'고 말이 많았던 단어인데, 그걸 고스란히 우리나라 책에서 보게 될 줄이야;;;

여튼 고유명사 문제는 비단 LOTR만의 문제가 아니죠. 특히 번역 판타지 쪽으로 해서 소위 말해지는 협의의 판타지적인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번역한 책일수록 그런 경향이 큽니다. 뭐 다 좋으니 일관성이라도 있어줬으면 좋겠네요;;;

'젠장 반지 번역본 안읽어'주의를 천명해 버린 어느 LOTR팬의 주절거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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