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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홍성의 히말라야 기행
김홍성 지음 / 초당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이런 저런 인도관련 기행문들은 서점의 여행안내와 기행문 코너를 가득 메우고 있지만 그동안 그다지 기행문쪽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현실의 틀속에서 탈출의 기대조차 가져볼 수 없는 삶의 무게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저자가 북인도, 라다크, 마카밸리, 잔스카르 등 히말라야 지역을 도보로 여행하면서 꼼꼼하게 기록한 여행기록이다. 모처럼 정말 좋은 글을 만났다. 저자가 시인이라는 선입관과는 달리 그의 글에는 여행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감정의 포말이 거의 없다. 그냥 적당히 엄숙하고 적당히 점잖으며 그러면서도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허기를 채워줄 '창'(막걸리) 이나 '아락'(소주)부터 찾는 술꾼으로써 그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선으로 인도를 부딪히며 걷고 있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어느덧 나는 그와 하나가 되어 히말라야 지역을 여행하고 있음을 알았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광을 이야기할 때면 나도 그 아름다움을 심상으로 그리고 있었고, 찬디찬 비를 맞으며 지대가 높은 산비탈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면 나 또한 저자와 함께 호흡이 가빠지며 책장을 넘겨야 했다.
그곳에서 마주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여행중에 겪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어느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흥미롭다. 저자는 도보여행에 필요한 장비 구입비가 얼마였으며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여행중 자신에게 나타난 몸의 증상까지도 상세하게 알려줌으로써 장차 이 지역을 여행할 독자들에게 생생한 그의 경험담을 덤으로 얹어 주고 있다.
젊은 나이에 배낭하나 달랑 메고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칠판앞에서만 앉아있어야 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생각한다. 우리도 또한 무엇을 하고 있더냐. 주가의 등락에 희비하고, 상사를 안주삼아 술마시면서 이 청춘을 다 쏟아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떠나라. 떠나는 자만이 꿈꿀 수 있는 것을...
순정의 땅 라다크, 수많은 곰파와 초텐(탑)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차디찬 강물, 투명한 하늘,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달라이 라마 성하를 비롯한 위대한 스승들이 계신 그 곳에 정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에게 티베트어를 가르쳐주셨던 스승님의 고향이기도 한 그 곳. 언젠가는 꼭 가리라. 꼭 가리라. 다짐하면서 또 한 차례 향수의 열병을 앓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 카일라스, 그대 히말라야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