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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장르문학에 대한 취미가 없는 나조차 이 책을 선택한 건, 역시나 영화의 힘 때문이겠다만...
영화에 대한 기억을 보다 깊고 풍성하게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완벽하게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구성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냉소적이면서도 필요한 순간, 더없이, 그러나 절제된 로맨티시즘을 보여주는 문체도 정말로 좋았다.
오스카르와 엘리 말고도 호칸이라는 인물의 진짜 아픔을 가슴 저리도록 느낀 것도 잊기 힘들 것 같다. 소아성애에 연쇄살인까지 저지르는 그의 놀라운 지성과 감성에 어느덧 동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엘리의 희생양인 비르기니아의 서글픈 삶과 라케와의 눈물겨운 로맨스도 정말 좋았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오스칼의 이웃 소년 톰미는 제 2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을 매력을 풍긴다. 톰미 덕에 많이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보여준 결정적인 장면(스포일러라 더이상은 함구;)에서 작가의 문체가 갖는 파워풀함과 더불어, 그런 순간에조차 흐트러지지 않는 절제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결정적인 장면 하나만으로도 두 권에 달하는 기나긴 장정의 값어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