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짬뽕-

아이 러브 유 - Everyone Says
이미나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처음 책을 접했을 때 그 남자 그 여자처럼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 있으리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책은 동희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3각도 아닌 4각 관계에 더 얽히고 설켜 있는 관계의 사랑 이야기였다.

이미나 작가님의 책을 보면 참 사랑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맛깔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이렇지.. 어쩜 내 마음이랑 이렇게 똑같지? 맞아.. 맞아.. 저땐 저래.. 큭큭 ㅎㅎ

복작합 인물관계를 설명하자면 성민은 동욱을 좋아하고 동욱은 동희를 좋아하고 동희는 성재를 좋아하는 성재는 또 다른 여인을 좋아하는.. 정말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서 공감대를 끌어 내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것에 열광하기 때문일까?

책에서는 사랑은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착 책의 주인공은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덜렁이 아가씨다.

역시.. 모든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은 덜렁대야 하는 것인가?

책을 보면서 은근히 동희와 나를 비교하면서.. 과연 저렇게 덜렁거리는 여자가 사랑스러울까? 싶다.

그런데, 사랑스럽다.

술에 취해 혀가 꼬부러져서 안녕이라는 인사대신.. '아령'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

발을 씻지 않기 때문에 개는 싫고, 꽃다발은 멀쩡히 땅에 발붙이고 잘살고 있는 애를 싹둑 잘라서 비닐에 돌돌 말아서 이미 시체라서 싫고,, 하지만 꽃을 주면 좋아하는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동욱..

2년전 '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면서.. 처음에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싶다가.. 어느 순간.. 그에게 꽂힌 현빈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하면 될까? 했던 것처럼 '아이 러브 유'를 읽으면서 그런 심정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참 사랑이란 너무 유치해서 동산 밑으로 던져 버려야 할 것이기도 하지만 그 유치하고 버려야 할 것 때문에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앞으로도 살아 갈 것이다.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것은 생활고 마음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배부른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시적이 있었다.  그런 유치한 사랑 따위에 내 인생을 휘둘리지 않겠따고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그런 유치한 사랑 덕분에 이만큼 유지되어 오고 있었다.

내가 몰랐을 뿐 항상 내 곁에 사랑이라는 것이 있었고, 지나고 보니 이만큼 멀어지고 보니 그것이 사랑이였다.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가슴이, 내 심장이 그것은 사랑이였다고 말하고 있다.

어쩜 내 곁에도 동욱같은 남자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사랑이라는 것은 오묘하고 웃기는 짬뽕 같은 것이라서, 절대로 미련하고 둔한 여자에게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그 당시에는 말해 주지 않는다.

너무 심술 궂은 사랑은 시간이 흐른 후에, 그리고 그 사랑을 잡을 수 없을 만큼의 산을 올라온 후에야 그것이 사랑이였다고 속삭인다.

책에서 동희의 나중은 나오지 않지만, 동희도 나중에 세월이 흐르고 흘러, 아마 자신도 동욱에게 받은 사랑이 엄청 컸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사랑이란 감정을 너무 솔직해서 민망하고, 로맨틱 코미디 같아서 식상하지만, 너무 뻔하고 많지 않은 일상 속에서 적나라 하게 드러내 놓은 '아이러브유'

사랑하고 싶은 열정을, '연..애'라는 단어에 다시 한번 가슴을 뛰게 해준 웃기는 짬뽕 '아이러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