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환상의 물매
김영민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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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자들이 한겨레 신문에 돌아가며 쓰고 있는 '아깝다, 이 책'인가 하는 란의 서평을 보고 구입했는데, 철학자의 글이어서 그런지 너무 어렵더군요. 사랑에 관한 예리한 통찰같은 걸 기대했는데 잠언투라 그런지 이해를 잘 못하겠더라구요. 
  다만 내가 그 동안 몰랐던 것들에 대해 공부는 많이 했어요.  명색이 국어선생인데 아직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나 고사성어가 나오면 복잡한 심경이 됩니다. 하기야 공부야 끝이 없는 거지만. 
  부끄럽지만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 대한 공부도 처음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특히 아벨라르에 대한 엘로이즈의 가없는 사랑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궁리출판사에서 나온 매리온 미드의 '하늘을 훔친 사랑 1, 2'가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네요. 이것도 빨리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인터넷을 더 뒤져보니 필립 느와레, 클로드 리슈, 새미 프레이, 장 뤽 비도 주연의 '엘로이즈'라는 영화도 만들어진 모양인데 어떻게 볼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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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적들
이인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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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휘의 ‘내 생의 적들’을 다 읽었다. 책을 덮고나서 가슴이 저렸다. 20년이 훨씬 넘은 일인데도 우리는 아직도 광주항쟁, 살인적 고문, 강제징집, 국가보안법, 의문사. 이런 것들에서 하나도 자유스럽지 않았다. 김광훈처럼 독재정권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이들은 그들대로 그 세월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나처럼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회피해 온 비겁한 자들은 또 그들대로 가슴 뻐근한 죄책감에 그 세월을 잊을 수 없다. 그것들은 현재도 진행중인 일들이었다. 김광훈의 희망은 교사고 시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독재정권의 무차별적 폭력에 짓밟혀 그의 꿈은 산산조각났으며, 그후로 그는 구로동 벌집, 국제타이어, 농사일, 양심선언  등의 역사의 굽이를 넘어왔으며, 역사를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온 나는, 그리하여 국제타이어는 커녕 구로동 벌집 구경도 한 번 못해 본 나는 무사히 교사가 되었고 게다가 또 시인이 되었다. 20여년이 지난 나는 나경중들과 김광훈들에게 소주나 한 잔 사주는 일외에 그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일들이 하나도 없다는 게 가슴아프다. 가리봉 오거리 신호등을 향해 던진 나경중의 돌팔매질이 내 가슴팍으로 날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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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니 - 흙 향기 묻어 있는 알토란 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
강병철 지음, studio 돌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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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2004년)에 저자가 보내 준 책을 이제야(11월) 다 읽었다. 그것도 몇 번에 걸친 저자의 독촉을 받고나서. 제목 ‘닭니’가 뭔가 했더니 '닭에 생긴 이'였는데, 난 사실 중소도시 기지촌 출신이어서 ‘닭니’니 ‘짚토마’니 같은 말들을 잘 모른다. 여하튼 저자는 이 책에서 그의 비상한 기억력으로 그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되살려 놓았다. 오랜 기간 동안 저자와 생활을 해봐서 잘 알지만 저자의 기억력은 세상이 다 알아주는 기억력인데 이번 동화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좋아허능 거 사랑허시네’, ‘사랑허능 거 사모하시네’, 맞다. 친구들과 이런 말 하고 놀았었다. 친구와 이야기할 때 ‘아니’ 라는 말을 ‘안‘ 이라고 즐여 말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스케키 ~ 얼~음과자~·‘ 할 때의 높낮이와 길이를 나도 정확하게 기억히고 있다. 임창의 만화 주인공 ‘땡이’의 모험에 가슴졸였던 어린 시절, 그리고 소년중앙, 새소년. 이 책은 잠시 나를 초등학교 시절로 데려갔으며, 누구나 각자의 마음 속에 아직도 살아있는 자신만의 ‘연화’를 떠올리며 웃음짓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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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 창비소설집
현기영 지음 / 창비 / 197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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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부끄러워라. 이 책, 현기영의 소설집 '순이 삼촌'이 79년 말에 나왔고, 84년에 구입했으며,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을 바라보기만 하고, 구입한지 20년 가까이 늘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아직도 못 읽고 있다가, 무엇이 씌었는지 이번에 20여년만에 읽게 되었는데, 그러면 늦게 읽어서 부끄러운 건가 ? 아니다.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을 20여 년 간 읽지도 않고 4. 3에 관한 최초의 소설, 마치 읽은 것처럼 나 스스로 치부해왔는데 건방을 떨었으니 그건 무언고 하니 이 소설집에 나오는 중편 '순이 삼촌'의 주인공 '순이 삼촌'이 남자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순이 삼촌이 나는 '순이라는 여자아이의 삼촌'쯤 줄 알아 왔다. 무려 20년 동안.

37쪽에 다음과 같은 진술이 있다. '고향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별 없이 흔히 삼촌이라 불러 가까이 지내는 풍습이 있다.' 아, 순이 삼촌은 '순이라는 여자아이의 삼촌'이 아니라 '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먼 친척 아주머니였던 것이다. 나는 현기영 선생에 대한 부끄러움의 보답으로 그의 장편 '바람 타는 섬', '변방에 우짖는 새'를 구입했다. 이제 그의 소설은 거의 구입한 셈인데, 이 소설들은 또 언제쯤 읽게 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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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의 역사
라나 톰슨 지음, 백영미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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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종교, 의학적 압력이 자궁에 어떻게 가해졌는지를 사람들에게, 특히 여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제목 <자궁의 역사>는 곧 '자궁 수난의 역사'요, '자궁 수난의 역사'는 곧 '자궁'으로 상징되는 '여성 수난의 역사'임을 알겠다.

나는 히스테리의 어원이 자궁인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자궁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히스테라가 영어 히스테리의 어원이라니. 그래서 자궁을 갖고 있는 여자는 늘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살아간다니.

자궁에 관한 고대의 유명한 사람들이 한 말이 더 가관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자궁은 아이를 생산하고 싶어하는 짐승 안의 짐승이다. 사춘기 이후 너무 오랫동안 자궁을 방치해놓으면 몹시 괴로워하며 몸 속을 돌아다니다가 호흡을 막아 극심한 고통을 가져온다'라고 말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역시 자궁이 여자의 몸 속을 돌아다니다가 다른 장기와 충돌함으로써 병을 일으킨다고 가르쳤다. 스스로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자궁이 간에 가서 부딪치고 위장을 때리고 췌장을 짓눌러서 통증을 유발하고 폐를 압박해서 호흡곤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중세의 의학자들은 '자궁은 일곱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궁의 내부는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털로 뒤덮여 있다'고 책에 썼다. 르네상스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태 이후 월경 혈이 유방으로 가서 젖의 분비를 돕는다고 믿었고, 또 이 시대에 자궁은 전체적으로 페니스 비슷하게 생긴 기관으로 인식되었다.

바로크시대에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마녀사냥에 열중했는데 대부분의 산파들을 마녀로 몰았다. 기형아가 태어나면 산파에게 원인을 밝히라고 요구받았다. 남자 외과 의사가 여자 산파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있었던가 ? 아, 마녀사냥은 남성의 산부인과 지배와 궤를 같이하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17세기 들어서야 겨우 자궁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붙박이 장기'로 인식하게 되었다.

계몽주의시대에 루소는 여자들을 단지 남자의 쾌락의 도구로 생각했다. 루소는 그의 유명한 <에밀>에서 '여자는 특별히 남자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창조되었다. 여자는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순종하도록 창조된 존재이기 때문에 여자들은 남자의 분노를 돋우지 않도록 입 속의 혀처럼 굴어야 한다.' 라고 말했다. 이성의 가치를 외쳤던 시대에도 여자들을 이성의 주인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인본주의에서의 '사람'은 오직 남성들이었고, 천부인권의 '사람' 또한 오직 남성만을 의미했던 것이다.

20세기 들어와서도 자궁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이 시기 역시 침실에서 분만실에 이르기까지 오직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였고, 자궁에 대한 남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되었다.

포스트 모던 시대의 자궁의 사정은 어떠한가 ? 제왕절개를 보자. 제왕절개는 의사의 골프경기가 없는 때에 태어나도록 엄마에게 호르몬을 주사한다. 제왕절개는 친절하게도 아기의 생일이 식구들과 겹치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제왕절개가 의사들의 재정적 이득과 관련 있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기야 인간이 의료기관의 상품이 된 마당에 의사들의 재정적 이득을 우선한 결정은 여성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지만. 수세기에 걸쳐 '남자'의사들은 '여자' 환자들에게, 여자의 자궁에게 신처럼 군림해 왔으며 그것은 지금까지 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필자는 '생각실험'을 제안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실험'이, 가정이 우스운가 ? 말도 안 되는가?

만일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월경기간 동안 보건휴가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온갖 잘난 척을 다하면서 난리 법석을 떨 것이 틀림없을 거라는 우스개가 있다. 우선 생리대에 매겨지는 부가가치세만이라도 내려, 평생 동안 몇 년이라는 기간을 월경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처지를 공감해보자는 여성들의 요구에 '여성'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이 세상 잘난 '남성'들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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