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적들
이인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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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휘의 ‘내 생의 적들’을 다 읽었다. 책을 덮고나서 가슴이 저렸다. 20년이 훨씬 넘은 일인데도 우리는 아직도 광주항쟁, 살인적 고문, 강제징집, 국가보안법, 의문사. 이런 것들에서 하나도 자유스럽지 않았다. 김광훈처럼 독재정권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이들은 그들대로 그 세월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나처럼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회피해 온 비겁한 자들은 또 그들대로 가슴 뻐근한 죄책감에 그 세월을 잊을 수 없다. 그것들은 현재도 진행중인 일들이었다. 김광훈의 희망은 교사고 시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독재정권의 무차별적 폭력에 짓밟혀 그의 꿈은 산산조각났으며, 그후로 그는 구로동 벌집, 국제타이어, 농사일, 양심선언  등의 역사의 굽이를 넘어왔으며, 역사를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온 나는, 그리하여 국제타이어는 커녕 구로동 벌집 구경도 한 번 못해 본 나는 무사히 교사가 되었고 게다가 또 시인이 되었다. 20여년이 지난 나는 나경중들과 김광훈들에게 소주나 한 잔 사주는 일외에 그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일들이 하나도 없다는 게 가슴아프다. 가리봉 오거리 신호등을 향해 던진 나경중의 돌팔매질이 내 가슴팍으로 날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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