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쓴 중국 현대사 - 전쟁과 사회주의의 변주곡
오쿠무라 사토시 지음, 박선영 옮김 / 소나무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오늘날 우리에게 '중국'이라는 말은 보통 4가지 상으로 생각되어진다. 첫째는 전통시대 역대왕조의 역사상(歷史像)이다. 둘째는 대륙(시장)으로서의 현재 모습이다. 셋째는 그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정치적 집합체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중화문명이라는 문화적 형상이다. 중국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라면 첫 번째, '대륙진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두 번째, 정치·군사적 분석 및 대응차원에서라면 세 번째, 그리고 문화분야 관계자라면 네 번째 형상을 떠올릴 것이다.

중국은 일개 국가단위를 뛰어넘어 문명이나 체제라고 까지 일컬어질 만큼 오랜 역사와 방대한 영토, 엄청난 인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에 압도되서인지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려 하기보다 매우 단순화시켜서 이해하고 있는데 앞에서 말한 4가지 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이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닌 같은 존재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중국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있는 이해를 위해서 다양한 시각의 해설이 필요할 것 이지만 그러한 해설을 하나로 통합해서 단일한 이미지로의 중국을 재구성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역사란 구분될 수 없다는 간단한 명제를 우리는 가끔 잊어버리곤 한다. 과거는 현재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현재를 구성하는 토대로서 존재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른 존재인가? 10년전의 나와는? 비록 그 모습과 내용이 일치하진 않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같은 근원을 공유하고 같은 지향을 가진다는 점에서 동일한 구성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행되었고 진행되고 있는 역사를 구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과거로서의 중국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중국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역사적인 중국에부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사에 대한 개설서는 꽤 된다. 문제는 어떤 각도에서 접근하냐이다. 많은 중국사 관련 서적의 경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전까지만 서술되고 이후는 사회과학 분야의 과제로 넘기고 있지만 이 책은 신해혁명 이후부터 1992년 남순강화까지 현대 중국의, 그 중에서도 역사적, 정치적 중국의 진행과 타국과의 비교를 시도하고 있다. 현실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과 전개 및 쇠퇴를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진술하는 본문은 물론이고 사회주의 이념과 현실 사회주의 체제의 비교와 그 차이의 역사적 배경을 분석한 1장이나 아시아 사회주의 체제와 동구 사회주의 체제의 비교를 하고 있는 9장 모두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저자는 일본 전공투 세대답게 중도 좌파로 파악되는데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서술과 비판은 물론 제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해악과 결과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과연 사회주의 체제는 파산했지만 그 이념까지 폐기할 만한가. 비록 내가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 말미에 나오는 저자의 이런 생각에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며 고도로 국제화된 민주주의만이 사회주의와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본다면 어떨까. 중국이 완전히 사회주의 이념을 버리고 순순히 체제 변환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북한 정권 역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체제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인 북한에 대한 서술과 분석이 절실하다 여겨진다. 현재 역사 전공자들 중에 북한현대사에 대해 이정도는커녕 독립적인 연구가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 평화체제와 남북화해, '민족적 과제'인 통일을 어찌하려는지 의심이 된다. 설사 그런 의도가 아니더라도 학술연구자로서 흥미로운 주제가 아닌가.

이런 문제까지 던져주는 만큼 이책은 장점이 많다. 굳이 문제제기를 한다면 개설서치고는 '상당한' 배경지식이 요구된다는 점과 충분한 논거가 제시되지 못한 점이다. 배경지식이 요구된다는 말은 전통 중국사회와 일본사회의 비교부터 신해혁명의 배경, 근대중국의 과제, 국민당과 공산당의 차이, 일본의 침략과 대응, 국공내전과 한국전쟁, 소련과의 갈등과 문화대혁명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단락 하나씩만해도 몇십권의 연구서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너무 소략한 서술 때문에 중국 현대사에 대한 일체의 지식없이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핵심적인 부분을 추려서 말하는 저자의 능력에는 감탄을 보내지만 초심자에 대한 배려라는 측면에서 완전한 개설서라 보긴 힘들다. 논거 역시 같은 의도에서 볼 수 있다. 참고서적을 통해 상세한 논거를 말하고 있긴 하지만 내용이 조금 늘어나더라도 충실한 서술을 했었더라면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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